허동구 교수의 의학이야기
허동구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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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의 명암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더불어 노인성 질환도 증가하고 건강한 노년에 대한 욕구도 많아졌다. 난청은 사람과의 대화, 음악과 같은 문화의 향유, 위험신호의 감지 등 우리 생활 여러 부분에 장애를 주어 건강한 삶을 방해한다. 사람은 매우 진화된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으나 30대부터 이미 청력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2000년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전 인구의 7.1%이고 이 중 37.8%인 170만명 정도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고 한다.

청각재활에 있어서 중등도 난청에서 고도 난청에 이르기까지 보청기는 큰 영역을 담당한다. 1898년 전기를 이용한 보청기가 처음 소개된 후 꾸준히 발전하여 현재는 디지털 보청기, 이식형 보청기 등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보청기와 관련하여 작고, 전력소모가 적으며, 이물감이 없고, 소리 전달 시 왜곡이 적고, 주위 상황에 맞게 증폭을 조절하며, 최대한 원 청각기관과 유사하게 소리를 증폭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기술 개발이 되고 있다.

보청기가 통해 크게 증폭된 소리가 오히려 청각기관에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보청기마다 ‘포화음압치’ 라는 것이 설정되어 있어 보청기의 출력은 일정 범위에서 제한되어 있다. 또한 보청기 착용시 ‘역동범위’ 라는 것을 측정하게 되는데 이는 환자가 보청기를 통해 증폭된 소리를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을 증폭 정도에 반영하므로 보청기의 출력을 조절하게 된다. 따라서 보청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청력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간 청각정보의 활용이 적어지면 시간 흐름에 따라 청각 기능이 감퇴되게 되는데 이는 중추성 뇌기능과 관련한 것으로 향후 소리를 크게 듣게 되더라도 언어의 이해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난청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청력을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보청기의 기본 구조에 마이크와 스피커는 필수이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는 행사장에서 마이크가 스피커를 향할 때 간혹 ‘삐~’ 하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스피커를 통해 증폭된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 재증폭되는 되먹임이 발생한 결과이다. 보청기와 같이 작은 기계장치에서 마이크와 스피커가 동시에 설치될 경우 이러한 되먹임이 발생하기 쉽다. 보청기 사용자에게 이러한 문제는 과거 보청기 사용여부를 포기하게까지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보청기는 보청기 내부에 되먹임 억제 회로를 대부분 가지고 있고 또 되먹임을 주로 일으키는 주파수만 증폭을 조절해 내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아직 보청기를 쓸 정도는 아니다. 이 말에는 본인이 난청으로 인해 불편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앞서 말한 사회적 편견 혹은 자신의 신체 이미지 등을 고려하였을 때 보청기를 착용하기는 싫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보청기 착용에도 시기가 있다. 난청의 정도와 어음 변별력, 청각 중추의 가소성 등을 고려할 때 너무 늦은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내가 불편해서 보다는 나와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때는 이미 중등도의 난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너무 늦게 보청기를 착용하여 고가의 보청기를 처방 받은 후 생각만큼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최근에는 기존의 고막형 보청기 보다 작은 초소형 보청기, 중이 이식형 보청기, 귀 뒤에 숨겨지는 개방형 보청기 등 다양한 종류의 보청기가 개발되어 있어 외양이나 활동성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청력의 이상을 느끼는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청각재활이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올바를 청각재활을 이루는 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겠다.

/경상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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