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과 선글라스
교통경찰과 선글라스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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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며칠 전 한 지인이 교통위반으로 단속을 당했는데 오토바이 교통경찰이 선글라스를 쓴 채 위압적 태도로 대해서 불쾌했다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어떤 점에서 위압감과 불쾌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교통위반한 사람이 단속경찰에게 불만을 표시하다 못해 심지어는 윽박지르기도 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간혹 목격하기도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 그 상황이 나름대로 짐작이 갔다. 단속경찰에게까지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기대할 정도로 외형적 과잉친절을 바라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의 한 단면인 것 같기도 하였다. 얘기를 들으면서 지난달 비슷한 상황에서 겪은 경험이 생각났다.

그때 필자는 우회전 전용차선에서 무심코 직진하려고 대기하다 단속 중인 경찰에게 따끔한 주의를 받았다. 그 순간 다소 무안하긴 했지만 그 경찰의 태도가 매우 당당했기 때문에 오히려 믿음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강렬한 햇빛 속에서 선글라스도 쓰지 않은 채 근무를 하느라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를 보며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 한국 경찰이 보여주는 나약한 모습에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진 편이라 그런지 그날 그 경찰관의 당당하고 자신 있으나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는 믿음직한 태도가 시민 입장에서는 든든하게 느껴졌다.

5월의 햇살이 올 들어 유난히 따갑게 느껴지면서 직업의 성격상 강한 자외선에 연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교통경찰의 눈 건강이 걱정된다. 시민들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보기에 다소 혐오스럽기까지도 한 유별난 복면마스크도 착용하는 데 비해 많은 교통경찰들은 강렬한 햇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교통경찰의 선글라스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평소 경찰공무원들과 선글라스 착용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각과 태도가 선글라스가 눈 보호를 위한 일상적 필수품이란 생각이 아직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 수준의 반영이라 좀 답답하긴 하다.

선글라스는 단속경찰의 심리적 안정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선글라스 속의 눈동자 이동은 교통경찰과 운전자의 심리 측면에서 단속의 효율성과 무관할 수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선글라스가 교통경찰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 도구란 점이다. 교통경찰 입장에서는 시력악화가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오는 업무상 재해가 된다. 따라서 선글라스는 교통경찰 개인의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교통경찰 개인의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선글라스는 또한 경찰의 믿음직한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도로의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공무원의 무게감은 운전자의 도로교통 법규준수 심리와 무관할 수 없다. 경찰의 선글라스는 시민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는 소극적 입장의 반론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 자체가 한국의 경찰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다. 경찰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경찰이 약해지면 공익은 침해 받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시민들 몫일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경찰 이미지 조성을 위해 지금처럼 폴리스라인에서조차도 부드러운 구호를 사용하면 믿음직한 경찰 이미지는 손상된다. 왜냐하면 부드러운 이미지가 나약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자가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려도 결정적인 제압을 당하지도 않고 경찰에 불만 있는 사람이 트럭을 몰고 지구대로 돌진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것이 한국 경찰의 현주소이다. 음주단속을 위해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이 TV 인터뷰에서 “요즘 저희들이 음주단속할 때 측정에 거부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 중에는 도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며 비정상적인 과잉 존칭을 사용할 정도로 조심(?)하는 태도는 경찰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킨다. 시민의 보호자인 경찰이 자신감을 잃으면 잃을수록 시민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기가 죽으면 시민들은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는가. 강한 경찰이 공익이다. 이런 생각으로 바라보니 선글라스도 쓰지 못하고 땡볕에 시달리는 교통경찰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힘들어 보인다. 경찰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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