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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풍천장어에 복분자주가 '천생연분'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19>전북 고창이야기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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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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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장어 소금구이
풍천장어 소금구이
 
 
봄은 왔지만 조석으로는 겨울로만 느끼게 하는 날씨를 보이더니 갑자기 수은주가 30℃를 오르내리며 20℃에 가까운 일교차를 보이니 우리 몸으로 그냥 견디기는 어려운 나날이다. 이런 계절에 기력을 돋울만한 좋은 음식으로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떠올리게 되어 거리가 좀 멀기는 하지만 어릴 적 보리피리를 생각나게 하는 전북 고창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고창에는 옥수수 감자 수박 복분자 풍천장어 등의 특산물이 있어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 중 풍천장어는 고창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유달리 담백하고 구수하며 고창의 또 다른 특산품인 복분자술과 곁들이면 콜레스테롤 대사를 촉진시켜 주고 풍천장어에 함유된 비타민 E와 혼합되어 동맥경화 암 노화억제 피로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가서 챙겨 먹고 활기 있게 신록을 맞이하자.

어둠을 걷는 이른 시간이지만 몸은 정갈하게 씻고 남해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먼저 선운산으로 향한다.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선운산은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도솔산이라고도 하는데,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의 뜻으로 선운산이나 도솔산 모두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산 곳곳은 기암괴석으로 봉우리를 이루어 경관이 빼어나고 숲이 울창한 곳에 천년 고찰 선운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선운사는 조계종 24교구의 본사로 검단선사가 창건하고 대참사(참당사)는 진흥왕의 왕사인 의운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현재는 도솔암 석상암 동운암과 함께 참당암이 있지만 옛날에는 89암자가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주변의 문화재로는 금동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참당암 대웅전, 도솔암 마애불 등의 보물이 있고 동백나무숲, 장사송, 송악 등의 천연기념물을 들 수 있으며 석씨원류 경판, 영산전목조삼존불상, 육층석탑, 범종, 약사여래불상, 만세루, 백파율사비, 참당암 동종, 선운사 사적기 등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백파율사비는 추사가 짓고 쓴 것으로 추사의 글씨 중에서도 대표작이다.
삼양사 염전
삼양사 염전

선운산의 경치를 살펴보면 선운사에서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물줄기가 갈라진 곳에 자연의 집이 있고, 우측으로 더 올라가면 여덟 가지로 소담하게 벌어진 장사송과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이 있으며, 개울 건너 산 중턱에 우뚝 선 바위는 이 산에 침입하는 마귀를 방어하는 신장역할을 하는 봉두암(일명 투구봉)이고, 그 위 산등성이에 돌아앉은 바위가 역시 도솔천에 들어오는 마귀를 방어하는 사자암이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도솔암, 우측으로 층층의 바위계단을 오르면 천길 절벽 위에 도솔천 내원궁 즉 상도솔이 있다. 이곳에서 우측 암벽을 오르면 말 발자국이 파여 있어 이를 진흥왕의 말 발자국으로 전하는데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서면 이곳이 만월대이며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놀고 갔다는 선학암이 있다. 다시 내려와 나한전에서 좌측을 보면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 도솔암 마애불이고 여기서 더 올라가면 용문굴이요, 좌측으로 돌아 오르면 낙조대가 있다. 바로 옆으로 천마봉, 도솔천의 비경이 발아래 펼쳐지는 선운산은 336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언제 와서 둘러보아도 다시 찾고 싶은 볼거리가 많아 아름다운 산이다.
 
무장현 관아와 읍성
무장현 관아와 읍성


자연과 문화재가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그 아름다움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선운산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벌써 시장기가 밀려온다. 서둘러 찾아들어간 선운산정자나무집에는 벌써 장어를 탐스럽게 숯불에 올려놓고 고소한 냄새를 안주삼아 먼저 복분자주의 맛을 음미하는 연인들도 있다. 우리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함께 먹을 요량으로 둘 다 주문하였는데 먼저 내어온 두툼한 양념 장어를 숯불 위에 올려놓으니 그 맛이 더 실감난다. 장어와 궁합이 잘 맞는 생강을 함께 쌈을 싸서 먹으니 그 씹히는 감각과 느껴지는 깊은 맛에 어쩔 줄을 모르겠고, 이런 장어구이를 안주삼아 복분자술을 한 모금하는 순간 내 몸은 더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깔끔한 소금구이는 양념장어에 비하여 더 담백하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따로 밥을 찾지 않을 정도로 두툼한 풍천장어를 즐긴 후 메밀차로 입가심을 하고 서해의 갯벌을 향하여 차를 달린다.

오른쪽으로 미당시문학관을 바라보며 하전갯벌학습체험장으로 들어서니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이 우리를 맞는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아닌 갯벌평선이라고나 해야 할 것 같은 광활함에 무릎까지 빠져드는 갯벌로 마냥 뛰어들고 싶지만 세차게 불어오는 해풍의 만류에 가까이 있는 소금전시관으로 발길을 돌려 과하면 해롭지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심원면사무소를 거쳐 삼양사염전으로 들어가 염전길을 걸으며 지난밤의 비로 하얗게 싸인 소금더미를 보지 못하여 마음속으로 소금을 모으는 그림을 그려보며 무장현 관아와 읍성으로 향한다.
 
백합무침과 바지락죽
백합무침과 바지락죽

무장면 성내리에 있는 무장현 관아와 읍성은 사적 제346호로 성의 남문인 진무루에서 해리면으로 가는 도로의 좌편까지 뻗어 있는데 성의 둘레는 약 1400m, 넓이는 4만3847평으로 조선 태종 17년에 병마사 김저래가 여러 고을의 백성과 승려 등 주민 2만여 명을 동원, 흙과 돌을 섞어 축조하였다. 성내에는 객사 동헌 진무루 등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고 건물 주변에는 여러 가지 유구들이 산재해 있으며 성문 위엔 진무루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성은 허물어져 객사와 동헌, 남문인 진무루가 전해질 뿐, 동문과 해자 사직단 등은 흔적만 남아 있다. 이 성은 원래 돌로 축적한 석성이었으나 훗날 허물어진 곳을 흙으로 보강하여 토성이 되었다고 한다.

성문이 굳게 닫혀있으니 아쉬움에 성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신록의 길을 헤치며 학원관광농장으로 간다. 공음면 선동리에 위치한 학원관광농장은 30여만 평이나 되는 넓디넓은 면적으로 봄에는 수십만 평의 완만한 구릉지에 청보리밭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하얀 메밀꽃밭으로 유명하다. 학원농장의 청보리가 가장 푸르고 파란 이삭을 틔워내는 시기는 여름이 들어선다는 입하 전후이며, 메밀꽃은 9월초부터 피기 시작하여 9월말까지 이어진다. 이 밖에도 화훼용 유리온실과 묘목장, 각종 과수단지, 잔디구장, 식당,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세월이 무색할 만큼 짙은 초록으로 남아있는 시절을 다시 만나고 싶을 때 넓은 자연을 벗 삼아 한가롭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물이 맑고 숲이 좋으며 인적이 드물어 오염이 되지 않은 문수사를 찾아간다. 지방유형문화재 제51호인 문수사 대웅전, 제52호 문수사 문수전, 제154호 문수사 부도, 제207호 목조삼세불상, 제208호 문수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이 있으며 명부전, 한산전 등이 남아 있으며 문수사는 고창과 전남 장성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문수산(621m)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은 소규모의 건물로 맞배지붕이 특이하며 우거진 녹음 사이로 계곡물이 흘러 천년 고찰과 잘 어우러져 보는 이의 발길을 잡고, 수령 200여년 된 단풍나무 수십 주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가을에 더 절경을 이룬다.
 
풍천장어 양념구이
풍천장어 양념구이
풍천장어 소금구이
풍천장어 소금구이


이제 고창읍성을 지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창고인돌유적지로 간다. 고창고인돌유적의 분포입지를 살펴보면 고창 매산 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1764m 범위 내에 분포되어 있다. 매산 마을은 표고400m의 화실봉으로부터 서남을 향하여 활 모양으로 뻗어 내리는 산 지맥을 배경으로 하고 앞에는 주진강 상류인 고창천이 가로 흐르고 있으며, 마을 뒷산은 말안장 모양의 지형으로 그 서방은 성틀봉이라는 삼국시대의 산성이 있다. 죽림리 및 상갑리 일대의 고인돌은 1965년 국립박물관에 의해서 3기가 발굴 조사된 이래 1990년 전라북도와 원광대학교의 주관으로 3개월에 걸친 현지조사에 의해 447기가 조사되었으며, 파괴 매몰된 108기를 합하면 550여기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조사이전에 파괴된 기수를 합하면 대략 1000여기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고인돌유적은 당시 사람들이 주검을 묻기 위해 마련한 묘제로서 큰 규모의 돌로 축조한 기술과 대규모의 밀집된 양상을 보이는 점 등은 매우 신비하고 중요한 거석문화의 산물로 생각된다.

고인돌유적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벌써 석양을 바라보며 고창에서 만찬을 생각하고, 고창읍을 가로질러 석정온천으로 차를 달린다. 가을이면 30억만 송이의 국화가 우리를 반기는 골짜기에 바지락요리를 예술처럼 만들어 올리는 본가로 가서 간단히 백합무침과 바지락죽을 주문하니 바로 백합국물이 나와 속을 데우고, 바로 나온 백합무침은 많이 비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당겨 백합의 식감을 그대로 느끼며 오늘 피로를 다 풀어주는 듯했다. 이어서 바다의 향기를 물씬 느끼며 색다른 맛으로 가볍게 바지락죽을 먹으며 고창에서의 하루를 갈무리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고인돌 유적
고인돌 유적
 
선운사 일주문
선운사 일주문
고창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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