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인문학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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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최근 몇몇 대학교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를 폐지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전부터 인문학이 소외받고 있다는 소식들이 많이 들려 왔지만 이렇게 대학의 인문학과가 폐지되는 이례적인 상황은 처음이다. 이처럼 문학의 기초를 이루는 인문학이 소외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보면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을 수 있다. 국토는 좁고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자연과학이 더욱 절실하였다. 그러다 보니 경제력 창출에 용이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치우친 것은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발전에 급급하다 보니 인문학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경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몇몇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를 폐지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저조한 취업률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취업률을 근거로 재정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학 전체 취업률을 낮추는 인문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학문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결과를 얻을 수 없는 학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왜 사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성찰을 하게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즉 사람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인 것이다. 과학기술이 인간을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인문학은 인간이 원하는 행복한 삶이 어떤 건지를 결정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에 대해 자본주의의 경쟁 잣대를 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인문학은 전혀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 교육이 그토록 강조하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절실하다. 인문학이란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이런 창의성을 길러주는 힘 말고도 최근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인문학이다. 미국의 작가 얼 쇼리스는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는 법과 현명하게 판단하는 힘을 길러준다면, 자존감을 키워준다면 왕따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문학의 경제적 가치 또한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경제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현대의 경제활동에서는 사람, 즉 소비자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 사회·경제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필요한데 이러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근본학이라고도 불리는 인문학을 단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절대적인 학문인 인문학에 취업률의 잣대를 대어서 가치를 매기는 일 자체가 씁쓸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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