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100대명산
억새평원, 하늘 바람이 바위를 쓰다듬는 곳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53>영남알프스 신불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5.24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gn20130517신불산 (49)
신불산에서 본 간월재와 간월산 전경
 
하늘의 평원 신불산,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억새 바람길 영축산…, 신불산을 중심으로 왼쪽 간월산 오른쪽 영축산을 각각 특징적으로 분류해 명료한 우리말로 이름지어놓았다.

이런 언어들은 듣는 이에게 인간의 어느 삶, 어느 시점에서든 살맛이 나게 하고 내일의 꿈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유토피아적 향취에 젖어들게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언어를 잘 선택해 미사여구를 붙이고 문장을 만들어도, 가보지 않고 느끼지 못하면 이 아름다운 말들도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 기어코 이 산에 오고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언급한대로 여기는 억새와 평원, 바람, 하늘, 바위가 주인이다. 특히 신불산을 중심으로 간월산 영축산(취서산)총 230만㎡, 넓이에 산상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다. 천황산 동쪽 사자평의 413만223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약간의 암릉과 유장하게 흐르는 마루금이 조화를 이뤄 별유천지, 신화 같은 아련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신화라는 말이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요즘 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감정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말을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어찌됐건 지금껏 지나온 유장한 언덕, 청량한 숲, 깎아지른 벼랑을 오를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에 중독돼 있으면서도 역설적이게도 꿈과 희망을 생각한다. 간월재에 서면 먼발치 산꼭대기, 신불산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쉼 없이 이어진 산, 다가올 다른 산…,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이 산을 내려설 것이다. 그것이 삶이다. 시지프스의 그것처럼.



# 신불산(神佛山·1159m)은 양산시 하북면과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영남알프스 중간 지점에 해당한다.

이 산에 매료된 종주객은 간월대피소를 중간 기점으로 종주하거나 산행한다.

산세는 능동산에서 간월산과 신불산에 이르는 구간 울주군 상북면쪽 사면은 완만한 경사를 보여주고 산정에는 평탄면이 전개돼 독특한 경관을 보여준다. 정상 부근에는 길게 암벽이 있고, 언양쪽 기슭은 선상지가 발달해 언양 분지가 펼쳐진다. 또 간월산 사이의 북서쪽 비탈면에는 기암괴석이 많고, 남쪽과 서쪽은 낙동강 지류인 단장천이 발원한다. 1983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울주군 상북면에 국립 ‘신불산 폭포 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신불산 접근로인 간월재에 가려면 아무래도 휴양림을 지나야하기 때문에 일정비용을 감수해야한다.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됐지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은 입장료와 주차료를 징수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간월재가 휴양림 범위에 들어 어른 1인당 1000원, 주차비 3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주차비가 부담스럽다면 입구의 임도 가에 주차하고 입장료만 내거나, 휴양림 쪽이 아니라 아예 반대편 언양쪽에서 오르면 된다.

gn20130517신불산 (65)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공룡능선


# 산행코스는 자연휴양림(상단)→숲속교실→임도 갈림길→간월재→신불산→신불산서쪽 암릉→숲속교실→자연휴양림 회귀.

총 8km길이에 휴식시간 포함 5시간이 소요됐다. 이외 언양방면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지만 도내 등산객의 접근로는 휴양림쪽이다.



#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교량을 건너면 철제문이 있는 임도. 걸어서 20여분 만에 갈림길을 만나고 왼쪽 임도를 택하면 간월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은 신불산으로 간다. 용도에 맞춰 바닥에 시멘트로 깔아 놓았겠지만 밟히는 느낌이 흙과는 영 다르다.

시멘트 포장의 임도 양옆으로 펼쳐지는 숲을 관찰하거나, 가끔 지나치는 등산객과 조우할 뿐 하릴없이 돌멩이를 찬다. 임도 옆에 서 있는 나무.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우리나라 산나물 중 최고로 친다는 들미나무(들메)나무다. 손이 닿는 곳에 이런 게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리나라 야생 나물로는 취나물, 곰취, 두릅, 다래순, 고사리, 게발딱주 들미나무가 최고급의 나물로 취급받고 있다. 눈개승마 곤드레 어수리 엄나무순 오가피순 햇잎 산마늘 당귀잎도 봄나물로 각광받는 식물들이다.

1시간쯤 오름길을 재촉하면 어느 순간 숲의 장막이 열린다. 넓은 하늘 아래 간월재의 실루엣이 선연(鮮姸)하게 다가온다. 때마침 맑은 날씨, 눈이 시리도록 파란하늘은 캔버스요, 흰 구름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30분을 더 걸어 간월재에 닿는다. 피라미드형 간월대피소와 휴게소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억새평원 사이로 난 통나무 울타리는 서정적인 풍경이다.

내키지 않은 반전은 간월재 넘어 동촌에 있다. 회색빛 아파트가 즐비한 언양읍시가지가 연무 속에 휩싸여 있다.
gn20130517신불산 (28)
간월재휴게소

왼쪽 간월산까지는 700m 오름길이며 오른쪽 신불산까지는 1.6km 된비알을 더 올라야 한다. 등산로 양옆으로 지나버린 계절, 임무를 다한 억새대가 꽃술은 다 날리고 빈대만이 휘파람소리를 낸다.

피라미드형 서양식 건물인 간월재 휴게소는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는 곳. 산행객이나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용된다.

이 재에서 신불산 방향 초입, 완만한 언덕에 억새가 숲을 이룬다. 산허리에서는 키가 작은 철쭉과 관목류가 자생한다. 워낙 바람이 강한 산이어서인지 활엽목은 거의 없다. 관목류와 억새를 보호하기위해 데크로 된 넓은 계단을 정상까지 설치해 등산하는데는 불편함이 없다. 9부 능선에 30여㎡규모의 데크가 설치돼 있는 쉼터, 저 멀리 가지산과 운문산의 실루엣이 아스라이 다가온다. 거친 숨 고르고 쉼터를 벗어나면 300여m길이의 평평하고 고른 암릉이 드러난다.

고스락 부근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상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왼쪽으로 600여m 더 진행해야 신불산이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하면 신불산 서릉을 타고 휴양림으로 하산할 수 있다.



# 신불산 정상 100여m를 앞두고 근육경련, 흔히 말하는 장단지에 쥐가 났다.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고통에 산행코스까지 변경해야했고 응급조치를 한 후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산에 대한 경각심은 장소가 따로 없다.

산에서 근육경련 시 응급조치 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원인은 준비부족이나 추위, 피로, 과격한 트레이닝으로 인해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 이어 근육에 산소가 골고루 전달되지 못해 근육피로가 쌓이면서 경련이 일어난다.

가장 신속하게 해야 하는 것은 배낭, 신발을 벗고 무릎을 편 상태로 앉아 허리를 굽혀 양 손으로 발가락 다섯 개를 움켜쥔 뒤 몸 쪽으로 있는 힘껏 끌어당겨 경련이 멈춰질 때까지 지속해야한다. 이는 경련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경련이 멈춰지면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고 압박하고 있는 것을 풀어 혈액순환을 도와줘야한다. 산행 전에는 스트레칭과 전날 과음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을 해야한다.



# ‘하늘의 평원 신불산’ 신불산에 최근 세운 정상석 뒷면에는 산 이름의 배경을 설명해 놓고 있다. ‘신이 불도를 닦는 산’ 아이니컬의 극치다. 도교의 산신과 불교의 부처의 만남, 독특한 명칭이라고 한다.

정상 서쪽조망이 압권이다.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산 실루엣이 신불공룡능선이다. 다른 말로 칼바위라고 부르는 이 능선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 오른쪽 완만한 사면에는 고른 키높이의 숲이 형성돼 있다. 봄과 여름사이 5월의 풍요로움이 만들어 내는 초록 숲,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오른쪽 사면, 신라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보이는 단조성은 느낄 거리, 희귀 동식물의 생명줄이 되는 단조늪은 볼거리다. 특히 단조늪과 그 주변에는 환경부가 지정 관리하는 식물 설맹초 솔나리 개족도리풀이 자생하고 있으며 진퍼리새와 박새도 군락을 이루는 생태계 보물창고다. 동쪽은 말한대로 회색빛 도시가 형성돼 있다.

영축산으로 진행하려던 계획을 바꿔 뒤돌아서 신불서쪽 암릉을 탔다. 공식적인 등산로는 아니지만 비교적 길은 잘 나 있다.

오로지 별 생각 없이 임도를 타고 올랐던 휴양림∼간월재 구간과 비교하면 굽이굽이 나무 사이길, 바윗길이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기쁨을 제공한다.

왼쪽 시시각각 바뀌는 형태를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오른쪽 간월산·재의 색다른 풍경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억새 바람길 영축산…,’ 이 산에 올라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가. 어디에서 날아 왔는지 영축산 산마루에 빨강 노랑 형형색색 패러글라이더 몇 대가 바람을 타고 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30517신불산 (19)
간월재 풍경, 파란캔버스에 흰구름이 아이들이 그린 그림같다.
 
최창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