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을 자양분 삼아 애정으로 키운 단감
정직을 자양분 삼아 애정으로 키운 단감
  • 임명진
  • 승인 2013.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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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희망을 찾다]밀양 하나원, 노태식씨
“마음 공부를 통해 농사를 지으니 즐거울 수 밖에요. 정직하고 열심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원은 밀양시 무안면에 자리한 단감 농장이다. 이곳은 15년 전 농업에 뛰어든 노태식(52)씨의 삶의 터전. 과수 나무 한그루 한그루 마다 태식씨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았는지 농장 전체에서 풍기는 온화한 느낌은 찾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는 그런 곳이다.

하나원은 단감을 주력 상품으로 재배한다. 이제는 백화점에 납품을 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도 태식씨는 성공이란 단어보다는 희망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아직도 갈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원해서 농업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어요. 하다 보니 재미를 찾은 사례라고 할까요. 하하”

태식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농업인생은 순조롭지 않은 출발을 했다. 하긴 세상이 쉬운 일이란게 어디 있을까. 태식씨의 농업인생도 그랬다.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태식씨는 특채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고뇌로 힘들어 했고 사업에도 손을 대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일로 나중에는 건강마저 악화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부모님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농사일을 권유했다.

그렇게 태식씨는 농사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농사에 뛰어 들었다.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농사일은 매 순간이 힘들게 느껴졌다. 마음의 갈피마저 잡지 못했고, 태식씨의 표현대로라면 3, 4년을 허송세월 한 시간이었다. 그런 태식씨가 우연한 기회에 인생 멘토를 만나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999년께 경상대학교에서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을 수료하면서 강성모 교수를 만나며 전환점이 찾아왔다. 이듬해는 합천 해인사 수련대회에서 원철 스님의 ‘작심삼일’이란 말을 듣고, 또 한 지인으로부터 ‘그냥하라’는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차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인생멘토를 만나면서 태식씨도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마음공부를 하게 된 거죠. 예전에 그토록 힘들어 하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하던 일들이 차츰차츰 희열을 조금씩 느끼게 되고 새로운 눈이 뜨이는 거에요. 지금도 과수원은 제 마음공부의 공간인 셈이에요. 하하”

태식씨의 농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태식씨는 먼저 질좋은 단감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태식씨의 재배농법은 소위 ‘애정농법’으로 표현된다.

흙은 거짓이 없다는 교훈에서 나무와 토양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붙혀진 이름이다. 농장 이름을 하나원으로 정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렇게 몇 년, 하나원 만의 단감 재배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자 시급한 과제로 판매망 확보가 난제로 떠 올랐다.

농촌진흥청의 농업경영비즈니스 과정을 통해 경영 마인드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됐고 경영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피땀으로 일궈낸 상품의 판로 개척에 몰두했다.

꾸준히 각종 모임과 교육에 참석하며 최신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질 좋은 우수한 품질의 단감 생산으로 그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비슷한 처지의 농민과 함께 유통법인을 만들어 백화점에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좀 특이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처럼 즐겁게 일을 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찾아가는 그런 희망을 품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태식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딸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까지 경남정보화농업인 부회장을 맡아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그이기에 많은 귀농인들을 만났다.

“가끔 보면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마인드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문제점을 발견을 해요. 농촌이 좋아서 오기 보다는, 사회에서 잘 안되니깐 농사나 짓자는 식으로 오는 분들도 계세요. 먼저 자신이 왜 귀농을 해야 하는가. 정의가 안되시면 귀농을 해도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사는 건 도시나 농촌이나 다 똑같잖아요”

태식씨는 “왜 농사를 선택해야 하는가,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어도 무너지게 돼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 제품을 내놔도 소비자들도 한 번 속지 두번 속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농사도 정직해야 한다’는 그의 인생관이 담긴 뼈있는 말이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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