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 하기 전에
남 탓 하기 전에
  • 곽동민
  • 승인 201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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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기자
경남도는 물론이고 전국의 지자체가 무상보육 예산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이미 지난해 0~2세 무상보육 시행 때도 지자체들은 예산부족을 호소했고 당시 국비가 투입돼 무상보육 지원 중단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올해 지자체들의 무상보육 예산 부담은 더욱 늘었다. 정부의 0~5세 전면 무상보육 실시로 편성해야 하는 예산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든 지자체들은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예산을 편성하는 등 정부 지침에 따라가기 위해 숨이 가쁜 모양새다.

무상보육 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무상보육 예산 지방비 편성 현황을 공개했다. 주요 골자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무상보육 예산 고갈은 각 지자체에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담해야 할 매칭예산을 과소 편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부담분을 확보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며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물론 자료에서 직접적으로 비난의 대상으로 잡은 곳은 서울시이며 타 지자체의 경우 다소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복지부 자료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 실시 등 적극적인 드라이브는 환영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아래에서 중앙집권적 의식이 묻어나는 ‘나를 따르라’식 정책 추진은 분명 지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0:20으로 중앙정부 중심의 세입구조인 상황에서 지자체의 세출이 늘어나는 각종 예산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재정자립도를 떨어트려 지방분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취재 중 듣게 된 한 예산담당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들어 정부가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바로 ‘공동책임’이라는 말이다. 영유아보육법 제4조에서 보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책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지자체 예산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정부가 말하는 ‘공동책임’ 의 의미가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 세금 수입은 대부분 중앙으로 들어가는데 지출할 때는 똑같이 분담하자고 하면 지자체로서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몰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세수의 대부분이 취·등록세인 지자체 입장에서는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 더욱 살림이 어렵기 마련이다. 네탓 내탓을 따지기 전에 조금만 더 지방의 입장을 배려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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