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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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각종 질병과 마주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의 질환들이 점차 심각해지고 다양해져 간다. 인류가 이런 질환들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다양한 생물이다. 우리는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의 치료제를 각종 식물에서 추출해 냈다.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희귀식물인 주목나무, 마다가스카르섬의 자생식물 빈카 등 각종 식물에서 추출해 낸 항암물질은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제의 주재료이다. 최근에는 식물에서 에이즈(AIDS) 억제물질이 추출되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인류의 난제로 여겨졌던 에이즈의 정복도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하리라고 기대해 본다.

이처럼 생물은 우리 인류의 근원이며 풍요의 원천이다. 다채로운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 즉 생물다양성의 유지는 인류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러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지구상의 생물다양성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여 벌써 수많은 생물종이 지구상에서 멸종되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나 민화에 자주 등장하던 호랑이와 여우는 당시에는 흔히 보이던 동물들이었지만, 오늘날 더 이상 한국의 자연생태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어디 호랑이, 여우뿐이겠는가. 늑대, 바다사자, 상제나비 등등 수많은 생물종이 우리 강산에서 사라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소실은 곧 인류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연합(UN)은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체결되어 발효된 이후 매년 5월 22일을 생물다양성의 기념일로 지정하였고, 세계 각지에서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확인하고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지난 5월 22일 서울 평화의 공원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보전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생태경관 보전지역, 야생생물 보호지역 등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남·광주를 아우르는 무등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이와 더불어 생물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무분별한 포획·채취 등을 규제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복원하고 있다. 또한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유용한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산업소재가 되도록 증식·보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 생물종 발굴, 국가 생물종 목록 구축, 유용 생물자원 선정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20년까지 전 국토의 17%의 면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총 보호구역은 전 국토의 12%에 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기술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궁무진하다.

또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생물다양성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대표적 지역인 강원도 평창에서 2014년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193개국 2만여명 이상이 참석해 지구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하여 논하는 큰 규모의 회의다. 각국에서 그간 추진해온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 여부를 중간 점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되짚어보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생물들을 접하고 이용하며 보호하는 주체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인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수한 생태계에서 생태관광을 실천하고 야생 동식물을 포획하거나 채취하지 않는 등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다양한 생물들과 어울려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 왔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떠올리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실천하고자 다짐해 본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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