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찍고 손발 묶는 사회 편견에 갇힌 미혼모
낙인 찍고 손발 묶는 사회 편견에 갇힌 미혼모
  • 곽동민
  • 승인 2013.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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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정 사랑으로 힐링 <7>
미혼모에 대한 국내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지난 2010년 미혼모 입양 아동 수 등을 바탕으로 2만6000여명 수준일 것이라는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미혼인 여성이 자녀가 있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많은 미혼모들이 인구 총조사를 할 때, 심지어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조차 당혹스러움을 겪는다고 한다. ‘당신은 기혼입니까. 미혼입니까’라는 질문에 미혼이라고 하면 자녀 수를 체크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인구학적 통계자료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미혼모 출산은 연간 1만3000여건 내외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우리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양육이 아닌 입양을 선택하고 있다.

◇갈 곳 없는 미혼모

도내 모자시설은 모두 4곳이다. 그 중 미혼모를 위한 시설은 미혼모자시설과 미혼모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창원의 ‘생명터’와 미혼모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통영의 ‘엄마와 아기’ 2곳이다.

나머지 2곳은 모자보호시설로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무주택 저소득 모자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미혼으로 임신 중이거나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가 갈 곳은 지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미혼모를 위해 존재하는 2곳도 미혼모자시설의 경우 미혼의 임신여성 및 출산 후(6개월 미만) 보호가 필요한 여성이 1년에서 최장 1년6개월만 머무를 수 있으며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2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가 2년에서 최장 3년까지만 생활할 수 있다.

게다가 도내 모자시설중 모자보호시설은 김해의 ‘희망모자원’ 30세대(엄마·아기 1세대), 통영의 ‘신애원’ 20세대로 모두 50세대에 불과하며 특히 미혼모를 위한 시설은 미혼모자시설 창원 ‘생명터’ 13명(임신부), 통영 ‘엄마와 아기’ 10세대,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창원 ‘경남미혼모지원센터’ 12세대로 모두 35세대에 불과해 더 수용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노미진 경남도미혼모지원센터 센터장은 “대부분의 미혼모는 주변은 물론 가족 전체와도 단절돼 혼자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족한 시설도 시설이지만 미혼모들이 가족과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경제력 부재에 시달리는 미혼모

미혼모자시설을 찾는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상당수가 이미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혼모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경우가 10명 중 1명꼴도 채 되지 않는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학습권을 보장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혼모들은 시설이나 센터의 지원을 받는 1~2년의 기간 동안 검정고시에 응시하고 직업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모님이 재산을 소유한 경우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미진 센터장은 “많은 미혼모들이 학업중단으로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해 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족과 단절된 미혼모가 직업훈련을 받는 1년 또는 2년의 기간 동안만이라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은 직업을 가지고 난 후에도 경력 쌓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꺼려 취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일을 계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노미진 센터장은 “미혼모는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병원으로의 도우미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혼모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인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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