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주말리그의 올바른 방향은…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올바른 방향은…
  • 박성민
  • 승인 201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민 기자
친구가 있었다. 같은 대학을 다녔던 친구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야구부 활동을 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계속된 투구로 망가진 어깨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인생을 걸었던 야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을 거듭했던 친구는 생각을 고쳐먹고 공부에 매진하며 대학을 진학했고 대학에도서 높은 토익점수와 우수한 학과성적으로 다른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공기업에 들어간 친구는 야구를 보는 것으로 즐기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마산야구장에서는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최근 대구 상원고 이수민의 9.2이닝 178구 완투가 화제에 오르며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수민은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황금사자기 등 7경기에서 총 974구를 던지며 팀을 홀로 책임졌다. 이러한 투수 쏠림 현상은 공부하는 야구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주말리그 실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투수가 지배하는 야구의 특성상 한 명의 기둥투수가 주말 전 경기를 출전하며 선수생명 혹사와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혹사가 아니라고도 하지만 이미 우리는 고교시절 가혹한 등판으로 프로에서 채 피지도 못한 선수들을 여럿 봐 왔다. 괴물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며 지금의 성적을 나타내는 것도 동산고 시절에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기주와 나승현에 비해 몸을 아낀 것도 한몫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주말리그는 선수들의 생활패턴도 완전히 바꿔 놨다.

새벽까지 등교해 여타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한 선수들은 다시 오후부터 훈련에 돌입해야 했고 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정작 쉴 수가 없어 일주일 내내 타이트한 일정이 계속됐다. 공부와 운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까지 놓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일선 현장의 야구지도자들도 설익은 주말리그 시행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야구부 감독은 “주말리그의 취지 자체는 좋은 것이다. 야구도 머리가 똑똑한 선수들이 작전을 잘 이해하고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저녁 10, 11시까지 훈련을 하고 아침 일찍 등교해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현장에 모든 감독들이 주말리그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협회는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부하는 선수’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현실적 상황을 외면한 채 시행한 단편적 정책은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