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와 정의
결투와 정의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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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서부영화 중 ‘하이 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남배우 캐리쿠퍼와 후에 모로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캘리가 주연이다. 불의에 과감히 맞서 마침내 마을을 지켜낸다는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그 속에는 부부애와 정의를 외면 못하는 마을주민들의 우정이 담겨 있다. 낮 12시의 결투는 정의의 승리로 끝난다.

▶중세에는 결투가 유행했다고 한다. 칼과 권총이 결투의 주무기였다. 이 같은 결투문화는 최근까지 계속됐다. 서부영화속 결투는 서로 등을 댄 후 열 발자국을 걸어간 후 뒤돌아 상대방을 쏘는 방식이다. 이는 중세의 결투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칼로 벌이는 결투는 그래도 생존 가능성이 있지만 권총 결투는 치명상이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았다. 결투가 금지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결투가 정당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은데 있다. 먼저 총을 쏘거나 칼로 찌르는 등 반칙을 일삼아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세에 결투가 성행했던 이유는 ‘신은 항상 정의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툼이 있을 때 결투를 하면 신은 반드시 정의로운 사람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따라서 결투의 승자는 곧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투는 반칙을 일삼는 정의롭지 않은 사람의 승리가 더 많았다.

▶세계적인 문호 푸시킨의 결투는 유명하다. 그는 아내와 눈이 맞은 젊은 프랑스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신이 자신을 지켜주리라는 신념으로 친구들의 만류도 뿌리쳤다. 푸시킨도 반칙에 목숨을 잃고 만다. 결국 법이 정의를 세운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법치가 선진국을 이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원수를 갚는 일도 법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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