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를 꼭 타야 체면이 서나요?
고급차를 꼭 타야 체면이 서나요?
  • 강진성
  • 승인 201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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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성 기자
경남의 시장·군수 관용차는 3000만원에서 600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어떤 군은 웬만한 시보다 더 고급차를 구입했고, 어떤 시는 재정이 그나마 여유 있는 데도 더 싼 차를 타고 있었다. 단체장 차량의 급은 지자체의 재정상태나 인구, 규모 등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단지 행정부와 의회의 합의에 의해 선택된 것 뿐이었다.

모두의 생각은 아니겠지만 취재 중 얘기를 나눈 어느 공무원과 시민의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한 지자체의 공무원은 “단체장의 차가 불편하면 다음 업무에 지장이 올 수 있고 다른 지자체 모임에서 차가 작으면 비교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해야 합니다. 그래도 한 도시의 수장인데 작은 차를 타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며 이해를 부탁했다.

하지만 시민의 생각은 달랐다. “작은 차를 타면 주민에게 더 존경받고 좋지 않을까. 차가 작아진다고 품격도 낮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 돈으로 고급차를 타는 거야 자유지만 이건 세금이잖아요”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단체장 차량 중 가장 싼 축에 속하는 것이 그랜저였다. 하지만 그랜저가 일반시민의 눈에는 싼 차도 작은 차도 아니다. 시장이 공무원 2급, 군수가 공무원 3급 예우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그랜저도 사실 과분한 차다. 워낙 대형차와 고급차를 모는 단체장들이 많다 보니 그랜저를 모는 시장이 검소해 보일 정도였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에쿠스급을 탈 수 있었지만 준중형인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사용한 바 있다. 장관이 준중형차에서 내린다고 손가락질 하는 국민이 있을까. 오히려 박수받을 일이다.

주민의 선택을 받는 단체장들은 더 그렇다. 검소한 모습이라고 체면이 깎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차를 보고 뽑아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장은 고급차를 탄다는 지적에 억울할 수도 있다. 전임 단체장 때 구입한 차량을 이어 받았을 경우에 말이다. 누군가는 관용차의 고급화와 대형화를 고쳐야 한다. 시민이 감시해야 하고 의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단체장의 결정이다. 다음 차량을 바꿀 때 더 싸고 더 작고 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차량으로 바꾸면 어떨까. 혈세를 스스로 절약하는 모습에 주민은 더 흐뭇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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