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불삼거(四不三拒)와 고위공직자 임명기준
사불삼거(四不三拒)와 고위공직자 임명기준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을 성추행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외교에 흙탕물을 끼얹어 국가의 품위를 실추시킨 일은 땅을 치다 못해 개탄스럽다. 진상 파악을 통해 한 점의 의혹을 남겨서도 안 될 것이며, 미국 사법당국의 범죄인도 요청시 정부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대통령의 미국 방문성과가 가려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면서 대통령의 입이 되어야 할 청와대 대변인을 그 상관이 감독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5월22일 그 책임을 물어 홍보수석의 사표도 수리했으니 행정적인 마침표는 찍은 셈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우리 속담의 교훈과 사실 여부를 떠나 정무적 감각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대변인으로 중용했다가 이런 국격을 추락시키는 어이없는 망신을 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청와대 대변인이 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는 물론 인사청문회법도 보완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새로 제정하여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 청문회의 대상인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은 국회 임명 동의가 꼭 필요하고, 국가정보원장 등은 국회 인준이 필요 없다.

인사청문회 결과 김대중 정부에서는 장상·장대환(국무총리 후보)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윤성식(감사원장 후보)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었으며, 김병준(부총리 후보)은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춘호(여성부 장관후보)등 3명이 인사청문 요청철회를 하였고, 김태호(국무총리 후보)등 4명은 청문회 후 사퇴를 했다. 박근혜 정부도 국무총리 및 국방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였다.

조선시대 관료들은 ‘사불삼거(四不三拒)’, 즉 재임 중에는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고,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았다. 거절해야 할 세 가지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다. 청송 부사 정붕은 영의정이 꿀과 잣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자 ‘잣나무는 높은 산 위에 있고 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다’고 했다.

백석대 김춘식 교수는 ‘퇴계의 사직소에 나타난 인재등용관’ 논문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등용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므로 인사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고 △인사검증 과정에서 측근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되며, 여러 신하와 백성 모두에게 적합하다고 검증받은 인물을 다시 왕이 직접 검증해야 하며 △당사자도 자신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물러나는 등 ‘쌍방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기간(현재 20일)을 늘려 충분한 검증이 되게 하고, 정책·자질·도덕성 검증의 균형으로 인격파괴·흠집내기를 차단시키고, 대상(현재 57인)도 국가인권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을 포함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는 ‘직무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포괄하되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부정부패’, ‘성 추행’ 등을 명문화하여 고도의 도덕성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고위공직자에 임명될 수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한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고 역사를 통해 선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오늘날 정상외교는 국익을 위해 물리적 전쟁보다 더 무서운 외교전쟁이다. 외교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획득하고도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국민들도 환영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은 뼈아픈 반성을 필요로 한다. 정상외교에서 국제적 망신은 한번으로 족하다. 법·제도·정책을 정비하고 참신한 인재등용으로 오늘의 불명예를 씻어 응어리진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주었으면 한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