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숲을 지배하는 '소리없는 사냥꾼'
밤의 숲을 지배하는 '소리없는 사냥꾼'
  • 경남일보
  • 승인 201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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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17>큰 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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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쩍새가 먹이를 물고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 초여름 지리산 자락 귀한 녀석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오래된 오동나무고목에 큰오색딱다구리가 둥지를 틀었고 새끼가 떠난 이후 그곳에 벌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나무구멍에 벌이 만든 귀한 목청은 사람들이 가만 둘리 없었고 목청을 얻기 위해 좁은 구멍 아래쪽에 사각모양의 구멍을 뚫어 꿀을 채취해 갔다.

사람이 꿀을 채취하고 난 빈 둥지는 새둥지로 안성맞춤. 이 명당자리에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보기 드문 귀한 큰소쩍새가 둥지를 틀었다. 오늘의 생명여행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제324-7호 큰소쩍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 되고 있는 큰소쩍새가 지리산 자락에도 전입신고를 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큰소쩍새의 생태 베일을 벗겨보자.

큰소쩍새는 소쩍새에 비해 울음소리 작고 잘 울지 않아 둥지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큰소쩍새는 야행성 맹금류로 몸 전체가 짙은 갈색을 띠며 흑갈색 줄무늬와 띠가 있어 완벽한 보호색을 자랑한다. 몸길이는 22~25㎝이며 머리 위에는 두 개의 귀깃이 마치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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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쩍새 둥지

큰소쩍새는 소쩍새와 외모가 매우 흡사하지만 목 뒤에 두 줄의 테가 있고 발은 발가락이 시작되는 부분까지 털이 있는 게 특징이다. 소쩍새는 홍채가 노란색이지만 큰소쩍새의 홍채는 붉은색이다. 큰소쩍새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있으며 특별한 날개 구조로 사냥한 먹이를 물고 둥지를 날아들 때에는 날개 소리를 전혀 내지 않기 때문에 “소리 없는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큰소쩍새는 산지의 인가 근처나 사찰 주변에 둥지를 틀고 사는 텃새이자 나그네새다. 사람이 접근해도 별로 겁내지 않으며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어 위협한다. 둥지는 주로 딱따구리 둥지를 재활용하거나 건물의 처마 밑을 이용한다. 알 낳는 시기는 5~6월을 사이이며 흰색의 알을 4~5개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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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쩍새가 먹이를 물고 있다.

육추 기간 동안 수컷은 먹이사냥을 전담하고 암컷은 둥지를 책임진다. 수컷은 주로 초저녁부터 사냥에 나선다. 먹이감은 주로 소형 설치류로 초저녁에는 7~8분 간격으로 잡고 밤이 깊어지면 25분 간격으로 먹이를 사냥해 새끼에게 먹인다. 어미가 가끔 잡아오는 곤충의 애벌레는 새끼들에게 좋은 영양식이다.

낮에는 휴식을 한 어미들은 배고픈 새끼들을 위해 깊은 밤까지 사냥에 나서고 자정이 넘긴 이후부터 먹이 사냥이 뜸해진다. 밤새도록 먹이 사냥을 한 어미 새는 낮에도 둥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보초를 선다. 혹 천적의 공격에 대비해 한시도 둥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등지를 지키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큰소쩍새 둥지 속에는 5마리의 새끼가 어미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새끼 5마리는 둥지 앞쪽으로 모여 있고 뒤쪽에는 새끼들의 배설이 보인다. 아마도 새끼들은 둥지 뒤쪽을 화장실로 활용하는 듯하다. 새끼들의 배설물은 둥지의 청결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장실을 만들어 새끼들의 위생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이번 큰소쩍새와의 만남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어렵게 만난 둥지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모기와의 사투를 벌려야 했다. 위장텐트 속에서 소리 없이 날아드는 큰소쩍새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오랜 기다림과의 전쟁이었다. 밤샘 촬영을 마치고 지리산을 떠나며 내년에도 이 숲에서 큰소쩍새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 오늘 생명여행을 마무리했다./경남도 공보관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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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 앉아 있는 큰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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