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경
‘나를 왜 낳았냐’, ‘엄마가 짜증난다’는 글부터 ‘아빠가 죽었으면 한다’는 식의 끔찍한 욕설과 험담이 가득한 모 패륜 카페인 이곳에서는 자신을 엄마와 아빠의 안티라고 자처하는 초·중·고생 6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부모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다. ‘패륜카페’와 함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패드립’도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
‘패드립’은 패륜과 애드리브(대본에 없는 말이나 연기를 즉흥적으로 하는 일)의 합성어로 부모와 어른을 욕하고 비하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주로 게임 사이트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시작된 ‘패드립’은 요즘 스마트폰으로 옮겨져 회원을 모으고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누가 더 부모욕을 잘하는지를 가리는 경쟁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패륜범죄를 부추기는 온상이 될 수 있다.
경찰청이 밝힌 패륜범죄 건수를 보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부모 등 친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 사법처리된 경우가 10만3000여건에 달하고 있다. 가족의 목숨을 빼앗은 사건도 10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중 대다수는 금전 관련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아무리 물질만증주의의 팽배로 각박하게 변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단순한 금전 문제 등을 떠나 공부만을 강요하는 획일화된 교육구조 그리고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 단절 등으로 인한 가족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의 바른 인격 형성을 위한 인성교육은 무시된 채 학교에서 학원(과외)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 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가족 공동체의 결속력은 약화된다는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는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한 게 도대체 언제인지 가물가물해 버렸다. 부부 간에, 부모 자식 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기기 터치에만 열중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우리는 점점 사람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법을 까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일상이지만 오늘은 서로에게 눈을 맞추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며 사랑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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