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너무 욕하지 말자
그들을 너무 욕하지 말자
  • 정희성
  • 승인 201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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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정치사회부)
지난 29일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공식발표했다. 기자는 당일 진주의료원에서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취재를 했다. 진주의료원이 어떻게 하다가 폐업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 벌어진 상황이 아쉽고 답답했다.

진주의료원에는 많이 사람들이 왔다. 전국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민주당·통진당 관계자들, 진주시의원들, 국회의원 등등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이들, 그리고 경찰(400여명), 도청 파견공무원 등 폐업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도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기자의 눈에는 꼭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찬성하는지 또는 반대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출입을 막기 위해 온 그들의 얼굴은 분명 불편해 보였다. 시간이 흘러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들을 향한 외침이 이어졌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 도지사가 바뀌어서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리라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가 당신들 노조결성할 때 얼마나 힘썼는데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냐”, “할일이 그렇게 없냐. 업무시간에 여기에 와도 월급이 나오는 걸 보니 공무원이 정말 신의 직장인가 보다” 등등 많은 이들이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도청 공무원들은 고개를 숙였고 일부는 눈시울이 벌게졌다. 왜 그랬을까.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외침에 화가 나서, 아니면 생전 처음 접해 보는 상황에 당황해서 또는 정말 자신이 왜 여기에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억울해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사람들은 말했다. “공무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일해야지.” 하지만 과연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일까. 상명하복(上命下服) 의식이 강하고 인사권을 쥔 윗선의 명령에 그들도 ‘을’이다. 물론 다른이들에게 이들은 ‘갑’도 되겠지만. 기자의 글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기자의 시각을 쓰는 기자의 시각이 좁아서 이런 글을 쓰는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공무원들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니 그들을 ‘너무’ 욕하지는 말자.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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