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에 초보농군 마음만 '조마조마'
장대비에 초보농군 마음만 '조마조마'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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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들깨 파종 작업
주초에 많은 비가 내렸다. 봄비 치고는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20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남기지 않았다. 덕분에 모내기를 준비하던 논에 부족한 물을 채우고 수확을 앞둔 매실에도 큰 도움을 주어 상품성을 향상 시킬 수 있게 되었다.

비 예보를 듣고 파종시기를 점쳐왔던 들깨를 심었다. 들기름을 좋아하는 집사람이 적극적으로 들깨를 직접 키워 보겠다며 즐겨가는 죽집 주인이 준 종자라며 씨앗까지 구해왔다. 풀이 난 빈 밭을 관리기로 다시 고르고 구멍이 뚫린 검은 비닐로 먼저 멀칭을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들깨는 두둑을 높게 하면 안 되고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두둑을 골라가며 비닐도 깔았다. 풀이 자랄 수 있는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비닐을 펼치면 나는 주변의 흙을 이용하여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덮었다.

멀칭을 끝내자 이랑을 따라 비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않아 구멍에 씨앗을 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구멍에 2~3개씩 넣을 요량으로 시작을 하였으나 씨앗이 작아 손가락으로 집으면 훨씬 많은 개수가 잡혀 애를 먹었다. 중간에 나는 씨앗을 비닐위에 대충 뿌리고 부드러운 빗자루로 쓸면 구멍으로 들어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 혼자 하겠다며 그만 두란다.

들깨씨앗을 뿌리기 시작할 때부터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들깨씨앗에 빗물이 묻으니 젖은 씨앗이 손에서 잘 떨어지지 않으며 일을 더 더디게 한다. 시간이 지나니 허리도 아프고 일일이 젖은 씨앗을 세워가며 할 수도 없어 그냥 집히는 대로 넣고 나중에 발아하는 숫자를 보아가며 다시 한 번 손을 보기로 하고 끝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빗방울은 점점 굵어져 장대비로 변했다. 비가 내리면 발아가 잘 될 것으로 믿었던 빗물에 들깨씨앗을 다 떠내려 보내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 알았다면 손가락으로 한 번 더 눌러 깊게 심었으면 하고 후회를 해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경험 없는 초보는 늘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후회를 한다.

많은 비가 다음날도 계속 내렸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빗물이 도랑을 차고 나갈 정도로 내린 양도 많았다. 많은 비가 내리면 물고가 막혀 논 밭둑이 터지지 않도록 점검을 해야 했다. 급한 점검을 끝내고 바깥일은 할 수 없으니 모처럼 시내에 나가 볼일도 보고 친구를 만나는 여유도 가졌다.

비가 그치자 할 일이 많아졌다. 비바람에 쓰러진 농작물을 돌보는 일이 제일 급하다. 그동안 미뤄왔던 고추밭에 지지대를 세워 한쪽으로 쓰러지지 못하도록 줄을 맸다. 줄을 맬 때 고추대가 자라면 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대나무를 여유가 있게 높게 잘라 말목으로 이용했다. 줄도 처음에 매었던 줄이 약해 보였던지 아버지께서 튼튼하게 꼬아 만든 비닐 끈을 구해다 주셔서 바꿔 맸다. 말씀은 않으시지만 아버지 눈에는 일하는 모습이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텃밭에 심었던 상추와 쑥갓을 돌보는 일도 비가 내린 후에 해야 할 일이다. 땅에 수분이 충분하니 잡초 자라는 속도도 빨라졌다. 며칠 손을 보지 않으면 불쑥 자란 잡초가 텃밭을 아예 점령해 버린다. 특히 바랭이는 마디를 늘리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남은 단감을 마저 솎았다. 비가 내린다고 쉬고 다른 작업을 한다고 한 이틀 허비한 사이 감꽃도 지고 감꼭지가 여물었다. 손가락으로 젖히면 쉽게 부러지며 떨어지던 꼭지가 손으로 뜯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나절이면 끝날 것 같았던 작업을 하루를 걸려 마쳤다.

냉해 피해를 크게 입은 배 과수원은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관리해 왔다. 단감 솎는 일이 끝나가자 아내는 나머지 작업은 나에게 맡기고 배 밭을 둘러보고 하나라도 열린 것이 있으면 그동안 노력이 아깝다며 봉지를 씌우겠단다. 배 과수원은 위치가 낮은 구릉이라 해마다 냉해 피해를 입곤 했다. 예년보다 늦봄 추위가 심했던 금년에는 개화기 극심한 저온으로 인하여 농사를 포기해야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끝으로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었다.

단감 솎는 작업을 끝내고 배 과수원에 내려가 보니 수분수로 섞어 심은 나무에 배가 몇 개 달렸다며 봉지를 씌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찾아가며 봉지를 씌우니 하루에 열 접도 못 싸겠다며 웃는다. 전지부터 밑거름주기까지 모두 마친 상태니 관리를 안 해도 야생 배보다는 낮지 않겠냐며 며칠이 걸려도 봉지를 씌워보겠단다.
/정찬효 시민기자
들깨파종작업
들깨파종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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