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공중전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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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우리나라에 공중전화는 일반인이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1902년에 처음으로 개통되었다고 한다. 이 전화는 공개된 장소가 아닌 전화소라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가서 교환원이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서울에 몇 곳에만 있었고 요금은 사용시간과 거리에 따라 계산되어 직접 돈을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환원의 재량에 따라 계산 가능하였다고 하니 교환원의 힘이 대단하였다.

90년대만 해도 터미널 근처 등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는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곤 했는데, 이는 신기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만큼 공중전화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그랬던 공중전화가 이제는 골칫덩어리가 되었다니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중전화는 전국에 8만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관리가 되지 않아 전화줄이 끊긴 곳도 있고, 부스에 쓰레기가 가득한 곳도 있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중전화의 수요 감소는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이미 예견되었는 데도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수를 줄이고 긴급전화로 이용하든지 새로운 대안이 있어야 한다.

통신법에 따라 공중전화가 공공재로 지정되어 있어 무작정 없앨 수도 없다니 법 개정도 필요할 것 같다. 유지관리비만 1년에 500억원이 넘고 통신사들이 손실보전금을 내도 매년 200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공공의 목적으로 설치가 되었고 일부 이용하고 있는 고객을 위하여서도 모두 없앨 수는 없을 것이고 사용빈도를 고려하여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져야만 할 것 같다. 이처럼 세상은 변화는데 그대로 안주하려고 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 우리들은 살고 있다.

공중전화를 대신하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개발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자마자 사람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현실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치 말아야 할 것은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공공진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의료원도 공중전화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 공중전화 103년의 역사도 비슷하고 한때는 남강지역의 기생충 환자 진료의 메카로서 역할을 하여 서부경남 기생충 환자 치료의 일등공신이기도 하였던 진주의료원이 이제는 애물단지라고 판단해 폐쇄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전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효율성 있는 진료를 하였더라면 현재의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의 병원부지를 인수한 병원조차 힘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의료원 현대화에 의한 증축은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전국에 34개 의료원을 통합관리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되고 예산의 지원과 함께 감독도 하여야 한다.

진주의료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여야가 합의하기로 했다니 이번에 진주의료원뿐만 아니고 전국의 의료원에 대한 향후 정책까지도 심도 있게 다뤄 공중전화와 같은 신세가 되는 의료원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지도자에 의한 개혁은 지도자가 바뀌면 계속가지 못하기 때문에 시스템으로 확고히 정해야만 오래갈 수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의료원 관리를 법제화하여 전국의료원의 향후 공공의료에 대한 시스템화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도 공공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을 닫을 의료원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반병원과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병원으로 내몰지 말고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국민을 위하여 양질의 공공의료가 제공될 수 있는 의료원을 만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진주의료원이 우리나라 최고의 공공의료원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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