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의령군 낙서면장, 행정학 박사)
그때 필자는 따지듯 물었다. 어째서 의령이 제일 작은 군이냐고. 도내에서 의령보다 면적이 작은 자치단체가 5개 시·군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다만 인구가 도내에서 제일 적을 뿐인데 더구나 인명피해가 없다면 면적을 주안점으로 피해상황을 직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당시 담당자에게 더 이상의 문제언급은 피했지만 아무튼 ‘작다’와 ‘적다’에 대한 언어 혼란의 차이가 존재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사전적 의미에서 ‘작다’는 부피 넓이 따위가 일정한 기준이나 보통보다 덜한 상태에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고 ‘적다’라는 것은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작은 것이든 적은 것이든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작다’라는 것은 ‘작다’, ‘크다’의 크기에 해당되고 ‘적다’라는 것은 ‘적다’, ‘많다’의 양적인 것에 가깝다. 이렇게 본다면 의령은 면적 크기에서 결코 작은 군이 아니며 인구수가 적은 군에 속한다.
그럼에도 뭇사람들은 ‘작다’와 ‘적다’의 언어적 혼란으로 인해 특정지역을 본의 아니게 폄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필자의 경우 경남 도내에서 인구 수가 가장 적은 의령군에 소속을 두고 있고 의령군에서도 가장 인구 수가 적은 낙서면의 책임자로서 재임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종종 ‘작다’와 ‘적다’의 언어적 혼란 속에서 자칫 면민이 고장사랑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도 나름 보이지 않는 책무가 되어버렸다.
물론 작다고 크게 기죽을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국토면적이나 인구 규모에서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구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OECD 국가 반열에 있는 것이 잘 입증한다. 그러나 ‘작다 ’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뿐만 아니라 적은 것은 어느 정도 모자란 만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도 작은 것을 더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때론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고들 한다. 우리가 덧없이 내뱉은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작다’와 ‘적다’를 통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의령군 낙서면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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