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오해, 그리고 범죄예방
편견과 오해, 그리고 범죄예방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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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렬 (진주보호관찰소 소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惡)’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을 당한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 학교폭력 피해자는 전학을 가고 가해자는 학교에 남아 마치 ‘영웅’처럼 위세를 떨치며 또 다른 학교폭력을 행한다는 사례 등에 많은 국민이 공분(公憤)하고 있고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주장하는 의견도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범죄의 유형으로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학교폭력, 성폭행뿐만 아니라 살인, 강도, 절도, 사기 등 그 수가 적지 않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전과자(前科者)’라고 부르며 일반인과 구별하고 있다. 이때의 구별은 그들을 우리들과 다른 사람으로 경원시하거나 터부시한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곧 ‘전과자’가 되는 것일까.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7호에서는 ‘전과기록’을 ‘수형인명부·수형인명표 및 범죄경력자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수형인’은 형법 제41조에 규정된 아홉 가지 형(刑)(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을 받은 사람이고, ‘범죄경력자료’는 수사자료표 중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면제 및 선고유예,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의미한다.

필자는 법집행기관인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많은 사람들(법적 용어로는 ‘대상자’)을 만나고 있다.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어느 날, 한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 소년은 “자신은 전과자이고, 학교에서도 전과자라고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고 물으니 ‘보호관찰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이 소년은 전과자일까.

보호관찰, 특히 보호처분과 관련해서는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들은 물론 필자가 만나왔던 교사, 사회복지사 등 많은 사람들이 ‘보호처분(保護處分)=전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법률에서는 소년이 나이가 어리고 범죄성이 고착화되지 않았으며 향후 개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인과는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형법 대신 특별법인 ‘소년법’이 적용되고, ‘형(刑)’ 대신 ‘보호처분’이라는 특별한 처분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일반 성인과는 달리 징역 등을 선고받지 않고 법원에서 곧바로 보호처분을 부과받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을 받게 되는 소년의 경우에는 형법 제41조에서 규정한 형을 선고받은 것이 아니므로 전과자가 아니고, 그들이 받은 보호처분은 향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교육심리학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심리적 행동의 하나로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으로서 교사기대 효과, 로젠탈 효과, 실험자 효과라고도 불린다. 이와 반대로 교사가 기대하지 않는 학습자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골렘 효과(Golem effect)라고 한다.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는 우리가 ‘보호관찰 소년=전과자’라는 편견을 갖고 소외시킨다면 그 소년은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 결국은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범죄자의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의 소년에게 보호처분의 성격에 대하여 얘기를 해 주니 소년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장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이에게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가 비록 비행을 저질러 일정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 역시 우리 미래의 한 구성원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격려 한 마디가 어느 청소년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밝혀 나가도록,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없애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범죄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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