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양심 다이어트가 먼저 아닐까요?
시장님, 양심 다이어트가 먼저 아닐까요?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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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의원님, 우리가 서울시 축제에 파투(破鬪)를 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5월 진주시의회 임시회를 마치고 난 다음날 본 의원이 받은 전화내용의 일부이다. 그분은 우리시 모대학의 교수라고 신분을 밝힌 뒤에 서울시는 올해에도 새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등축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가 서울시의 행사에 파투를 내서야 되겠느냐고….

교수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시민입장에서 필자의 의정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해주는 부분은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거꾸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니 ‘그럼 우리는 420년의 역사는 물론이요 그를 토대로 지금까지 지극정성으로 땀 흘리고 가꿔온 진주정신과 혼과 문화가 담겨 있는 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고스란히 서울시에 내어주어야만 옳다는 말인가. 그것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가 이 작은 중소도시인 진주시를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는 데도 말이다.

대한민국 축제사상 최초의 해외문화 수출이라는 새로운 역사와 함께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적 명품축제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가꾸어온 이 축제를 서울이 그대로 베껴서 따라하며 좋아 죽겠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데도 마음 좋아 이웃 동네 선심 베풀듯 그냥 그렇게 지켜보며 우리만 잘하면 되지 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렇게 있어야만 옳다는 말인가 말이다. 그건 아니지 않는가.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저들을 당해낼 수 있냐는 말이다. 적어도 지방 고유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갖추고 이제 겨우 성공하여 본 궤도에 진입하며 새로운 변화를 찾고 자리를 잡으려는 우리의 문화축제만큼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내고 항변하며 발버둥은 쳐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 대응책에는 타당성 있는 예산수립이 당연한 것이요 일방적으로 우리 것을 빼앗아 가려는 서울시를 향한 강한 의지표명에는 우리 의회도 집행부와 함께 적극 힘을 모으고 협력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필자가 늘 하는 말이지만 의회의 기능이 감시와 견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긴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집행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는 협력의 기능도 강조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등축제 연례화를 사실상 공식선언하며 올 11월에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양심도 없는 지방문화 약탈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시장이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오고 있는 면담요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평소 그렇게도 소통을 강조하던 서울시장이 아닌가 말이다.

35만 진주시민의 억울함이 가슴을 치는 분노로 끓어오르며 서울시로 향하고 있는 데도 박원순 시장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고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며 돌아가신 7만 민·관·군의 피울음 소리가 우리의 귓가에는 생생하게 들리는데 유독 박원순 시장의 귀에는 들리지 않으니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진주시민의 성난 민심도 점점 쪼그라드는 지방의 어려운 경제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소통의 사람, 지방분권을 강조하던 시장 이전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얼마 전 재산이 꼴찌라서 너무 자랑스럽고 운동부족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넉살 좋은 이야기로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 배 부르고 등 따신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는 살빼기 다이어트로 신바람이 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지방의 우리들은 우리가 키워온 축제마저도 힘의 논리를 앞세운 서울시에 몽땅 빼앗기게 되는 서러움 앞에서 입 다물고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으라니 참으로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양심꼴찌 진수를 보여주며 재산꼴찌를 자랑하고 운동부족 과체중으로 인한 다이어트 시작을 선언할 것이 아니라 지방문화 발전과 선량한 진주시민을 위한 서울등축제 중단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통해 진정 어린 양심 다이어트 선언이 우선돼야 함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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