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상>
[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상>
  • 이은수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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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 남긴 상처, 자연도 앓고 있었다
▲아군 철책선 너머로 북한지역이 보이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6·25전쟁은 3여년에 걸쳐 진행됐다.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은 한민족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1953년 7월 27일 정전됐다. 정전협정 이후 DMZ(비무장지대)가 조성됐다. 이곳에서의 총성은 멎었지만 60년동안 비극 현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DMZ. 이에 본보는 지난달 하순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일대 DMZ 탐방해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DMZ 실태를 3편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올해는 남과 북 사이에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총성이 멎은 DMZ는 그간 어떻게 변했을까.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앞둔 지난달 하순, 불볕더위가 내리쬐는 DMZ(비무장지대)에는 인기척 하나 없이 적막감만 감돌았다.

◇김정은 비서의 GP시찰·주목받는 DMZ

최근 북한군은 중부전선 최전방 DMZ초소 뒤에 중대급 병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규모의 거대한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아군으로부터 불과 350m거리에 있는 DMZ안의 초소(GP)를 김정은 북한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2일 다녀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철책선 안에 있는 GP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보교육 명분으로 들어온 일반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망대 주위를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둘러봤다. 60년이 넘는 세월(정전기간)이 인간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단절된 곳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일까. 함광복 한국DMZ연구소장의 안내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DMZ 안에 궁예도성이 있다

국토를 양분한 DMZ는 임진강변에서 출발해 동쪽을 향해 뱀처럼 구불구불 기어가 동해안에서 끝나는 폭 4km, 길이 248km의 거대한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6개의 큰 강, 1개의 평야, 2개의 산맥을 지나는 동안 벌판과 산기슭, 강 유역에 70개 마을을 가둬두고 있다. DMZ를 따라 철원평야와 평강고원 사이에서 후삼국시대의 태봉국 수도 궁예도성을 지났다. 궁예는 서기 894년 명주(강릉)를 장악했다. 그는 홀연히 철원에 나타났으며 이듬해 도읍을 정했다. 그가 어느 길로 철원까지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000년 전 그는 지금의 DMZ를 따라 동에서 서로 횡단해 철원 풍천원, 지금의 DMZ 한가운데를 도읍을 정했을 것이다. 역사책 밖에서 그런 상상도 가능하다. DMZ는 그렇게 미발굴 한국사의 현장이다.

◇DMZ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마침내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에서 한탄강에 이르니 이제부터 모든 강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다. 북으로 난 모든 길은 금강산으로 통하고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국토를 반토막 냈으니 갇힌 자연이 몸살을 앓지 않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DMZ의 거리는 155마일(약 250km)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리는 이보다 7마일(약 12km) 짧다고 알려줬다.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2km씩 후퇴하기로 했던 최초의 약속도 깨진지 오래다. DMZ는 폭 4km이어야 하지만 그런 곳은 단 몇 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곳은 700∼800m에 불과하며, 심지어 최전방 오성산 일대는 350m 안에서 마주보고 있다.

특히 요새화 전략에 따라 북한은 초소를 진지로 구축했으며, 진지 사이에는 터널로 연결했다. 그리고 나무를 심어 위장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고요한 모습과 달리 그 진지에는 중화기와 대규모 전투병력이 투입됐다. 비무장지대가 중무장지대로 변한 것이다. DMZ에서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바람을 이용해 상대 진지를 불로 공격하는가 하면 ‘땅굴전법’도 동원된다. 현재 4번째 땅굴까지 발견됐지만 군사전문가들은 30개의 찾지 못한 땅굴이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리전쟁으로 불리는 대북심리전 방송과 전 세계에서 지뢰밀도가 가장 높은 지뢰밭이 버티고 있는 위험지대가 바로 DMZ다.

◇비무장지대에 원시림은 없다

DMZ 내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니까 인간이 손 하나 까닥하지 않은 ‘자연의 천국’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을 보고 두눈을 의심했다. 그곳은 울창한 숲도, 동물의 낙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DMZ에 농사를 짓고 있었고, 아군지역 역시 시야확보를 위해 나무숲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움직임을 보이는 동물들은 자동감지기에 의해 포착돼 사살되거나 지뢰밭에서 희생됐다.

최근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철원 역곡천 유역, 김화 남대천 유역 등 총 11개소의 조사에서 식물 334종과 동물 116종 서식이 확인됐다. 이는 제주도 한라산 1800여종, 지리산 1500여종, 오대산이나 치악산 그리고 DMZ와 위도가 비슷한 설악산에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4000여종의 식물 중 25%, 95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빈약하다. DMZ의 자연생태계의 실상이 과장된 채 인식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1995년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협의회가 발간한 비무장지대의 과거-현재-미래의 한 논문은 강원도 DMZ 인접지역의 숲은 88.4%가 녹지 자연도에서 등급7 이하라고 주장했다. 등급7이란 20년생 미만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정도를 일컫는다. 경기도 지역은 더 보잘것없다. 등급7 이하가 87.3%, 등급2 이하가 51.2%나 된다는 것이다.

DMZ 자연조사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산림청 임업연구원의 조사(1995∼2000년) 결과는 DMZ 일대의 임목축적량이 남한 평균의 48%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DMZ 일대의 숲이 도시 근교보다도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인 것이다.

함광복 한국DMZ연구소장은 “DMZ의 상당한 지역이 당장 복원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자연생태계가 파괴돼 가고 있다.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곳이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간섭에 지쳐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개탄하면서 “DMZ 생태계가 과거 전쟁으로 파괴되고 그후 반세기 동안 냉전 영향을 받은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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