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출발과 완성은 인성교육에서
‘창조경제’의 출발과 완성은 인성교육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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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지난 5월 28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신영의 강호갑 회장이 경상대학교를 방문해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 기업, 세계와 경쟁할 기술력을 갖춘 숨은 챔피온(hidden champion) 기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중견기업은 우리나라에 현재 1420여 개뿐이지만 독일은 40만 개 이상이 있다. 독일 경제가 세계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중견기업들의 역할 덕분이라고 한다. 강호갑 회장은 특강에서 “우리 청년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함께 커갈 수 있는 중견기업에서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는 개척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인생의 진정한 ‘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 인문 고전을 많이 읽을 것을 강조했다. 강 회장의 강연은 60년 가까운 인생 경험과 매출액 9000억 원, 직원 3100여 명의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경험에서 나온 정수(精髓)였다. 매출 373조 원, 82만4000여 명의 고용, 603억 달러 수출 등의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나라 중견기업연합회장의 인생 스토리의 핵심은 ‘인성’에 있었다.

경상대가 교육부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공모에서 전국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된 것은 여러 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경상대 기초교육원은 전국 최초로 올 1학기부터 ‘GNU인성’ 교과목을 개발해 인성 관련 전문교수 6명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1학기가 거의 끝난 시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강좌가 친구에게 추천할 정도로 매우 유익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경상대는 1박2일 인성교육 캠프와 6주간의 교육 프로그램 등도 개발해 교육 중이다. 지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여름·겨울 방학 때 마련한다.

GNU인성 강좌 가운데 ‘나를 완성하는 길’에서는 기본적인 삶의 자세와 군자다운 삶의 자세, 인격을 완성하는 삶에 대해 배운다. ‘한국 고전과 함께하는 창의적 리더십 찾기’에서는 창의적 리더인 ‘개척인’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창의적 리더가 달성해야 할 이 시대 국가공동체의 비전인 ‘강하면서도 선한 나라’란 어떠한 나라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논개의 사당에 엎드려 바치는 노래’ 강좌에서는 진주를 대표하는 인물인 ‘의기 논개’를 중심으로 나를 버려 애국을 실천한 삶과 정신을 조명한 뒤, 진주 사람들에게 계승되는 ‘주체, 호의, 대동(평등)’의 ‘진주얼’(진주정신)을 살핀다.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 실현 계획이 6월 5일 발표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업·문화·식품·인프라·안전 부문에서 64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여기서 ‘국민의 창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진다. 필자는 인류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줄 아이디어는 ‘인성교육’,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력’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어릴 때부터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 되었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물론 측우기·해시계·물시계 등을 창조해 낸 것은 백성을 긍휼히 여기라는 왕도(王道)를 스스로 열심히 실천한 결과이다. 왕도는 동양 인문정신의 핵심이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강연에서 “고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성인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며 사유하고 또 사유하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오동윤 연구위원이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10년 된 기업이 성장해 20년, 또 30년이 돼 고용을 유지하고 산업의 허리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중견기업군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중앙일보 보도)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학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전공분야 지식은 물론이고, 동서양 인문고전을 읽고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창의성 높은 인재 즉, 책임감이 있는 시민, 바른 인성을 가진 교양인의 배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경상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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