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내 사업의 보배 같은 존재"
"곤충은 내 사업의 보배 같은 존재"
  • 임명진
  • 승인 201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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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블루오션 곤충산업] 2.장윤석 창녕 운암개발 대표
 

 
 
“이야, 보세요. 지금 장수풍뎅이가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 오셨네요. 이런 광경을 보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얘들이 좀 아는 것 같네요(웃음)”

남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곤충 사육기술을 독학으로 연구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다.

7일 오후 찾아간 창녕군 이방면 초곡리에 있는 장윤석(54·운암개발)씨의 농장이 바로 그곳.

장씨가 운영하는 1000평 남짓의 농장은 장수풍뎅이와 흰점박이꽃무지, 사슴벌레, 사슴풍뎅이 등의 다양한 곤충이 사육되고 있다. 이중 주 수입원은 장수풍뎅이와 흰점박이꽃무지로 연간 수십만 마리가 판매된다.

예전만 해도 주로 학습체험용과 애완용으로 판매가 됐지만, 지금은 약용으로 판매가 솔솔하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의 소득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료용 먹이, 친환경 연료, 친환경 보도블럭, 건축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에는 벌써 판매가 현실화된 경우도 있다.

창녕이 고향인 장씨는 처음부터 곤충사육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곤충의 생태와 곤충의 신비로움에 눈을 뜨게 된 사례다.

장씨는 13년 전 복잡한 일이 있어 머리를 식히려고 홀로 산에서 텐트를 치고 지낸 적이 있다. 당시 텐트 불빛을 보고 밤마다 날아오는 곤충은 애물단지였다. “처음엔 곤충 이름 조차 뭔지도 몰랐죠. 그러다 우연히 곤충이 남겨논 배설물을 보고 호기심에 만져보니 점성이 느껴지는 거에요. 이거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 거죠”

곤충 분변토를 이용한 친환경 접착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자 그 길로 산에서 내려와 직접 연구에 착수했다. 물에 희석해서 갈아서 부착도 해 보고 황토를 섞는 다양한 연구실험을 거쳤다. 5년 뒤 장씨는 곤충 분변토를 이용한 기능성 경화제 특허와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으로 출시된 것이 바로 친환경 보도블럭이다. 장씨가 개발한 보도블럭은 김해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에도 바닥재로 납품됐다. 화학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시킨 이 벽돌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머금는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월이 흘러 소멸되면 식물도 자랄 수 있는 친환경소재.

시멘트 벽돌에 비해 단가가 비싼 단점도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해결했다. 장씨는 “아직은 납품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다 보니, 판로개척이 어렵고 자금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곤충의 분변토를 이용해 개발한 친환경 보도블럭(왼쪽)과 친환경 연료.


장씨는 다음 연구로 친환경 연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시중에 보급되지는 않고 있지만 곤충의 분변토를 이용한 연료가 언제가는 빛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처음에 제가 곤충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육기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니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거죠(웃음)”

장씨는 곤충을 보배같은 존재라고 했다. 장수풍뎅이의 경우 일년생인데 사체가 되면 갈아서 가금류 사료로 공급하니 그의 말대로 버릴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에 매출액도 억대소득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장씨의 사례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의 방문도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장씨는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무작정 곤충사업에 손을 대는 것은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돈이 될 것 같으니 해보자는 생각이라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국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고 판로개척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 장씨는 앞으로의 곤충산업 미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공간 면적도 크게 필요치 않은데다, 큰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어느정도 노하우만 있다면 고령화된 농가에 새 수익사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장윤석 대표.
여기다 곤충의 식품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경우 차후 건강식품 분야 등의 연계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태국이나 중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씨는 “단순히 향후 전망이 있다고 무턱대고 뛰어든다면 백전백패다. 자신이 정말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고난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면 생각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곤충산업은 미래 유망산업이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면서 “경남의 경우 타 시·도에 비해 아직 관심이 적은 듯 한데, 곤충사육 농가의 지원 기준 등의 정책 마련이 있어야 경남이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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