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과 박근혜대통령
선덕여왕과 박근혜대통령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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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고구려·백제·신라는 정립(鼎立)해 있었으나 신라가 가장 약소국이었다. 백제는 너른 평야와 온화한 기후로 부국이었고, 고구려는 중원에 발을 디딘 넓은 국토로 강국임에 반해 신라는 동해안 산악지방의 빈약한 나라였다. 신라가 살아남는 길은 안으로 굳게 뭉치고 밖으로 중국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선덕왕이 당에 사신을 보내 구원을 요청하자 당 태종은 세 가지 계책을 제시했다.

‘내가 변방의 군사(거란과 말갈)를 거느리고 곧 요동으로 쳐들어가면 그대 나라의 위급은 스스로 풀려져서 가히 1년쯤은 주위의 환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후 우리군사가 계속 머물러 있지 않으면 그들이 도리어 마음대로 침략하여 4나라가 모두 함께 소란하게 된다. 그대 나라엔 미안한 일이지만 이것이 첫째 계책이오, 우리가 수천 개의 붉은 깃발을 줄 것이니 고구려와 백제 군사가 쳐들어왔을 때 이 깃발을 꽂고 군사를 벌여 세워 놓으면 그들이 이것을 보고 우리 군사인 줄 알고 반드시 도망 갈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계책이오, 백제는 해역의 험지만을 믿고 병 기구를 수리하지 않은 채 남녀가 뒤섞여 서로 연회만 베풀어 놀고 있다. 우리가 수백 척의 전선에 군사를 싣고 가만히 바다를 건너 그 땅으로 쳐들어가고 싶으나 그대 나라는 여자를 임금으로 삼아서 이웃나라의 업신여김을 받는 터이므로 잘못하면 임금을 잃고 도둑을 맞아들인 격이라 해마다 편안할 날이 없을 것인즉 나의 친척 한 사람을 보내 임금으로 삼되 홀로 갈 수 없으므로 마땅히 군사를 파견하여 그를 호위하게 하고, 나라가 안정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나중에 그대에게 맡기는 것이 세 번째 계책이다(삼국사기).’

말하자면 어려운 신라를 도와는 주겠으나 통일이 되고 나면 통째로 먹겠다는 것이 당 태종의 복안이었다. 신라 사신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선덕왕 12년(643년) 9월의 일이었다.

선덕왕은 지기삼사(知機三事)로 이름을 떨친 여왕이다. 당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으로 그린 모란 그림과 씨 석 되를 보낸 일이 있었다. 이를 본 왕이 ‘이 꽃은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씨를 심어 꽃이 피니 과연 향이 없었다. 영묘사 옥문지(玉門池)에 겨울인데도 개구리가 모여들어 3~4일 동안 울어댄 일이 있었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서쪽 여근곡(女根谷)에 적병이 있을 것이라면서 척후병을 보내 살펴본즉 과연 500명의 백제 군사가 몰래 숨어 들어와 있어 정병 2000명을 보내 물리쳤다. 아무 병도 없는데 왕이 여러 신하에게 ‘나는 아무 해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도리천에 장사하라’고 예언했는데 왕은 과연 자신이 암시한 날 붕어했다.

선덕여왕은 삼국을 통일 할 능력을 갖춘 영명한 신하를 양성하고 있었다. 김춘추가 바로 그 사람이다. 김춘추는 왕이 되기 전 고구려에 가서 적정을 탐지하고, 당나라에 가서는 우의를 다졌다. 왕좌에 오른 다음 마침내 백제를 병합해 삼국통일의 터전을 닦았다.

국가를 개방한지 35년이 되는 중국은 지금 개발도상국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신흥대국으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찬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에서 미·중 두 나라 정상은 회담을 갖고 의미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돼야 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결론이다. 과거의 비핵화는 한반도의 안정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었으나 이번에는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특정한 주문이 없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의 방중 요청서신을 전달했으나 중국의 반응은 시원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국빈방문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양일간 북경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경제대국으로서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중국은 한국과는 FTA를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정체성 변화와 한반도 전략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크게 주목 받는다. 선덕여왕의 신라와 지금의 한국의 주변환경은 비슷하지만 두 나라의 격은 확연히 다르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면과제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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