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매일매일 나를 새로운 삶으로 인도해요
아이는 매일매일 나를 새로운 삶으로 인도해요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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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학부모는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이다. 4살 때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학부모로 이미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아이가 초등학교 공교육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 내가 학부모지’를 매일매일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신문이나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서 예전에 알지도 못하고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자격증인지도 모르는 수천 수만 개의 자격증 홍수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한 아이를 낳아 인간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모에게 주어지는 부모자격증, 학부모 자격증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가끔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대학 교양과목에 예비부모교육이라는 과목을 신설해 학생들에게 부모가 되어야 하는 조건과 자격에 대해 강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수강을 할 것 같으냐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미혼모 문제가 발생되고 있고 청소년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힘겨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쩌면 중·고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예비부모교육이라는 과목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부모가 되기 위해 미리 갖춰야 할 조건과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라기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학습시키는 것이 부모와의 관계에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짜 부모자격증을 준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일 것이다. 자격증을 준다는 것은 나름 표준화된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에 맞는 교육과정과 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할 텐데 그 기준과 평가라는 것이 과연 합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많은 상황들이 매일 벌어지고, 그때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 경험을 보면 아이와의 문제에서 이론이나 책이 정답을 주는 것은 영유아기 때까지인 듯하고, 아이가 말을 하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사방팔방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존재가 된 이후부터는 아이와 매일매일 전쟁과 타협이 반복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가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공한 자녀 양육서를 읽어보면 그건 그 책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내 아이의 경우와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부모나 학부모에 대한 환상과 역할을 통해서 그 모든 것들을 내 아이에게 끼워 맞추려고 하는 순간 난 길을 잃고 아이에게 욕심을 내는 부모가 되고 내 틀에 내 기대감에 아이를 끼워 맞추게 되면 결국 내 아이를 망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최근 국제중학교, 외국인학교, 사립학교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건 상류층 부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에 대해 가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불법 여부의 차이라고 본다. 자신의 아이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들보다 조금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해주고 싶은 것이고, 그 마음속에는 이미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인간이 로봇이 아닌 이상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한 인간이 가지는 개별성·독특성을 개성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개성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으로 되어 버린다면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협력하기 위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부모인 내가 분명히 가져야 할 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공교육 속에서 아이의 개성은 무시되고 그것을 인정해 달라고 애원하는 나는 학부모가 되어 내 아이의 특별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별난 엄마이다. 보편성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고 싶은 꼬마는 매일매일 나를 알 수 없는 삶으로 인도하고, 아이와 함께 늘 새로운 삶을 탐험하면서 오늘도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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