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이제는 콘텐츠다
학교도서관, 이제는 콘텐츠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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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최근 경상남도교육청의 발표를 보면 도내 중·고등학교 100%가 학교도서관을 갖췄다고 한다. 도서관이 없는 학교는 이제 도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부 초등학교가 아직 아니면 당장 폐교가 될 학교 한둘을 빼면 도서관 없는 학교는 없다는 것이다. 엄청난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2003년부터 교육부는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10년 간 전개했다. 우리 도의 경우도 연간 102개 학교씩 5년 간 510개 학교의 도서관을 리모델링했고, 그후 5년도 자체 예산이나 교육부의 지원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계속해온 결과라고 여겨진다.



도서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미래 달려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도서관은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름하여 책 창고라고나 할까. 가끔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 부임을 하시면 켜켜이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일주일에 두어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빌려 주는 그런 정도의 도서관이 간혹 있었을 뿐이었다.

진작부터 준비했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이 외형적으로 다 갖춰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감히 말하지만 이제는 콘텐츠다.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이 프로그램에 담을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이 부분에서 우리는 초보단계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로서의 도서관이 완성된 반면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똑같은 교과내용을 서로 다른 선생님이 가르쳤을 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이 다르게 되고, 똑같은 한 단원을 공부해도 어떤 방법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취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학교도서관의 세 가지 구성요소는 공간과 사람과 프로그램이다. 그 중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람과 프로그램인데, 사람의 배치도 일정하게 진행이 되고 있지만 프로그램은 완전 초보단계다.

불과 10년 전 필자가 처음 경상남도교육위원이 되었을 때 도내에 학교도서관을 지키는 사서교사는 단 한 명이 있었다. 지금은 계약직 사서를 포함해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이 300명가량 배치돼 있다. 전체 학교가 950개라고 보았을 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흐름은 탔다고 본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문제는 참 답답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필요하면 빌려 가면 되지 또 다른 뭐가 필요하냐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없는 게 없다. 문제는 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잘 가려서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나눠 주느냐의 것이듯, 도서관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 일선 학교에는 도서관 활용을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들이 자발적 교사운동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하는 프로그램이 그렇고, 도서관 활용 수업모형 개발이 그렇다. 여기에 정책 당국의 인식전환과 지원이 더 얹어지면 이것이 금상첨화다.

선생님들이 수업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서 제공할 것인가. 아이들이 공부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과 진로에 대해 고민거리가 있을 때 언제나 도서관이 그 앞에 나타나 시원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그런 학교도서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외형만 갖췄다고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지 않은가. 이제는 학교 도서관이 담을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다.



성적 쑥쑥 오르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야

야간 자율학습하듯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게 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고, 마치 소풍 가서 보물찾기 하듯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도서관에 있어야 한다. 아이는 즐겁게 참여하기만 하면 성적이 쑥쑥 오르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필자에겐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고민이다.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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