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6월,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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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6일은 현충일이었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달이고 기념일이다. 지난 5월부터 과거 역사를 부정하거나 혹은 과거 역사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는 발언들이 국내외에서 쉴 틈 없이 들려 오던 중이라 6월의 의미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침략과 종군위안부(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그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분노하게 되고, 5·18 민주항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그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언론이나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과거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이유는 현재를 잘살기 위한 것이고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이나 5·18 민주항쟁 희생자들과 같은 역사 속에서 희생되어 간 사람들을 마음에 두는 이유는 그분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발전해 온 역사를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함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어나는 일들은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에서 교훈을 찾기보다는 역사를 혼란스럽게 흩트리고 파편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역사의 희생자들을 폄하하고 모욕하는 행위로 역사 발전의 의미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3년 간 진주시민 및 경남 도민들과 함께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폐업결정과 도의회의 해산안 통과는 이러한 상황인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큰 이유의 하나가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야스쿠니신사를 젠틀맨의 한 종류로 본다든지 서대문형무소가 과거 어떤 곳이었는지를 모른다는 방송보도가 있었다. 학생들이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런 용어나 사실들을 모른다는 것을 전체의 상황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현재 역사교육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제도교육에서조차 우리 아이들에 대한 역사교육 시간이나 이를 담당하는 교사도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의 이유는 진주의료원 문제에서 보았던 것처럼 교육과 의료와 같은 공공영역마저도 경제의 논리로 재단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우리가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그리고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직시한다면 그 어려움의 원인에 대한 뼈아픈 반성 속에서 이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을 차근차근히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저 현재 분위기에 매몰되어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경제의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역사가 설 자리를 침식하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서 역사의 의미를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이 소용돌이를 멈추고 가만히 서서 역사와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우리의 과거를 직시하고 그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이 이 부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자신부터 역사를 직시하고 성찰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과거를 망각하면 현재는 맹목이 되고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게 된다’라는 독일의 전 대통령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6월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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