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고단 씻어주는 건 '수확'의 기쁨
농사꾼 고단 씻어주는 건 '수확'의 기쁨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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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 수확
본격적인 매실 수확 철이 됐다. 3월에 어떤 과실보다도 먼저 꽃이 피는 매실은 수확도 가장 먼저다. 대부분의 매실은 푸른빛을 띠고 있을 때 수확을 마쳐야 한다. 흔히들 청매실이라 부르는 이 매실을 이용하여 장아찌를 담고 매실청을 내기도하며 매실주를 담근다. 그래서 매실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수확을 마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매실 농사를 하면서 지난겨울 전정을 마치고 밑거름을 주어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매화꽃이 필 무렵에는 갑자기 찾아온 한파 때문에 애를 태워야 했다. 지역에 따라 저온 피해를 입어 매실 결실이 안 돼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다행히 우리 지역은 피해가 덜했다.

흔히들 매실은 수확시기가 빠르고 관리가 쉽다고 빈 땅이 생기면 너도나도 매실나무를 심는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실농사를 시작하고부터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실나무도 관리를 잘해야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열매도 크고 충실하게 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달린 매실도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병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 예방에 힘을 기울려야 한다. 매실농사를 시작하고부터는 곳곳에 심어만 두고 방치한 매실나무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올해 매실농사를 평가할 첫 수확을 앞두고 매실 과수원을 둘러보았다. 성글게 달린 것 같았던 매실도 열매가 자라자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올해는 제 때 비가 내린 덕분에 관수시설이 안된 우리 매실도 잘 자랐다.

매실나무를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매실의 품질은 관리도 중요하지만 나무가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거름을 많이 주고 관리를 잘해도 품종이 좋지 않으면 좋은 품질의 매실을 수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내려오던 재래종은 과실이 작아 최근 선호하는 장아찌용으로는 인기가 떨어져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과육이 적은 매실은 매실주용으로 적합했을지 몰라도 최근 소비 추세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수분수로 쓸 몇 그루만 남기고 품종을 개량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첫 날 수확은 구름이 끼고 날씨가 서늘하여 작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진행했다. 농사가 잘 되면 힘든 일을 해도 재미가 난다. 수확을 위하여 함께 일을 하게 된 분들도 매실이 탐스럽게 잘 여물어 매실 따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이슬이 내리지 않아 새벽부터 시작한 수화 작업은 점심을 먹고 한 시간을 더하는 것으로 첫날 작업을 끝냈다.

매실 따는 것이 끝나면 선별하고 포장을 해야 한다. 매실 선별을 위하여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선별기를 올 해 새것으로 바꾸었다. 새로 구입한 선별기는 따로 용기에 담지 않아도 크기별로 포장용기에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어 박스가 차면 무게를 달아 테이프로 포장만하면 되었다. 작업 능률이 빨라 예상시간보다 먼저 선별과 포장을 마칠 수 있었다.

첫날 수확을 마치고 다음날 비가 내려 하루를 쉬어야 했다. 모든 과일이 마찬가지겠지만 매실도 비가 내릴 때 수확을 하면 과일 껍질에 얼룩이 남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비가 온 다음날도 매실 수확은 계속됐다. 단 하루를 쉬었음에도 매실은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때 맞춰 내린 비가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과육이 크지는 비대기를 맞은 매실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수확기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초여름에 수확을 해야 하는 매실은 더 많은 물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금요일에 또 비가 내렸다. 이틀 걸러 비가 또 내린 것이다. 수확을 서둘러야 되는데 비가 자주 내리니 이제 충분한 물을 공급해주어 고맙게 느꼈던 마음이 걱정을 하게 한다. 주말은 택배회사도 쉬고 농산물공판장 경매도 하지 않으니 수확을 할 수 없어 쉬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실이 완전히 여물기도 전에 매실을 따 달라고 요구를 한다. 청매실이라고 하니까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 매실이 좋은 것으로 잘 못 알고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매실에는 쓴맛이 사라져야 맛과 향도 좋아지고 먹어도 해가 없다. 아직 설익은 풋매실에는 독이 되는 시안(청산)성분이 남아 있어 성숙하기를 기다렸다가 수확을 해야 한다. 그래서 6월 10일을 전후하여 수확을 시작하고 우리가 사용할 매실은 노란빛이 들기 시작하는 하지를 넘기고 딴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수확장면
매실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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