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핵 메트로폴리스 풍의 진주
다핵 메트로폴리스 풍의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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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 소장, 건축학과 교수)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진주의 도시구역은 중안동, 계동, 본성동, 옥봉동, 장대동으로 된 구도심과 천전·칠암·망경·주약지구가 전부였다. 이후 도동지구가 개발되고 평거신안지구가 들어섰어도 진주는 인간적 척도와 고품격을 가진 전형적인 지방 중소도시의 풍광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진주는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혁신도시와 그 주변은 물론이고 가좌동 대학촌 및 신역세권 등이 신흥지구로 떠올랐다. 또한 정촌, 반성, 문산, 지수 등에서는 새로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어 가고 있어 도시확장의 또 하나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제2 도청사 이전 소식도 발전과 성장을 위한 보탬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팽창과 도약은 1920년대 도청과 1970년대 대동공업의 이전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왔던 진주 부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발전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인구 증가이다. 현재 35만 정도인 인구는 향후 장기 발전계획에서 예상했던 50만을 훌쩍 넘어 60만까지 이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돌고 있다. 이는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특이한 일이며, 급격한 인구감소와 이로 인해 세력을 잃어 가는 인근 지자체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주 도시 평창에 있어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는 도시 중심지 또는 축의 변동이다. 과거에는 남강 북쪽 진주성과 비봉산 사이에 있는 구도심이 유일한 핵이었다. 하지만 신안 및 평거, 혁신도시 및 문산, 칠암 및 강남, 가좌 및 신역세권, 도동 및 상평지구, 정촌 및 반성 산업단지 등은 구도심에 버금가는 새로운 핵으로서 이미 고착되었거나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모에 힘입어 진주는 그 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메트로폴리스 도시를 향해 가고 있다. 원래 메트로폴리스란 인구가 백만 정도 되는 도시를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근접한 소득과 주요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 우리나라에서 60만 정도의 진주 같은 도시는 정치, 경제, 정보 등의 통합적 기능을 갖춘 대도시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학계의 통론이다. 유럽에서는 이쯤 되면 수준 높은 오페라단, 언론사, 방송사 그리고 축구나 야구 프로구단 등이 자생적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진주는 이제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바뀌어야 하는 것은 도시 규모와 구조뿐만이 아니라 시민의식이다. 즉 아직도 구도심을 단핵으로만 하는 중소 도시적 생각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큰 쟁점으로 부상한 대형 상가의 입점과 관련된 갈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고사를 염려하여 이에 반대하는 소규모 재래상인들의 입장은 당연히 이해되고 존중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도시의 인구 및 규모 증가에 따른 대규모 상가의 입점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만약에 메트로폴리스에 걸맞은 상가 인프라가 적절하게 형성되지 않으면 진주의 소비자들이 좋은 교통인프라를 이용하여 가까운 창원이나 김해 혹은 부산 등으로 빠져나가는 빨대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진주시의 경제활성화 저해와 세수 감소를 야기할 것이 뻔하다. 속된 말로 ‘죽 쑤어 개주는’ 경우가 될 것이다.

다행히도 진주의 핵을 이루는 지역들은 지형, 발생 시기 및 목적 등에 따른 다양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구도심은 인간 스케일에 맞는 전통성을 강조한 상권을, 신도심은 현대적 느낌의 상권을 형성함으로써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러한 통일과 다양성을 통해 상생발전을 이룩하고 고전과 전통에 기초한 현대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천년도시 메트로폴리스 진주가 조속히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 소장,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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