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에 놀아나는 놀이문화
상업주의에 놀아나는 놀이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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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이즈음 놀이문화가 상업주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어 걱정이다. 그런 놀이문화의 수단화는 주로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광고와 광고가 몰리고 있는 개그성 놀이프로그램이 주도한다. 놀이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는 소비자들은 가볍고, 우스운 장난기 넘치는 연예인들의 놀이에 쉽게 갇혀 빠져나오기 힘든다. 장난기 넘치는 연예인들의 오락프로그램 속의 이야기들은 일상의 희로애락의 근거가 되어 놀이문화를 지배할 뿐 아니라 대중의 놀이문화의 본질을 호도한다.


놀이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광고와 오락프로그램들

지금까지 ‘놀이는 일을 준비하기 위한 쉬는 시간’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지배해 왔다. 그런 놀이문화에 대한 관념은 놀이는 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고, 놀이란 일하다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여행광고는 ‘열심히 일한 당신 박수 받으며 떠나라’고 한다. 이 광고에는 일을 놀이보다 높은 곳에 올려놓는 척하면서 놀이를 수단화하는 전략이 숨어 있다. 요즈음 광고는 한술 더 떠서 ‘떠나라, 그러면 세상이 보인다’면서 한발 더 나아간다. 광고문안만 보면 놀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세상을 살 줄 아는 사람이라고 소비자를 좋은 길로 인도하는 듯하다. 이러한 류의 광고도 놀이를 소비하는 사람을 꼬드기는 상업전략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일상처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갈 뿐이다.

놀이를 부추기는 상업광고에 더해 일부 연예인들이 이끌고 있는 ‘재미’만 생산하는 게임, 토크로 지배되는 놀이문화의 지배는 한층 심각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주로 주점과 같은 일상에서 그들끼리의 신변털기 형식의 에피소드들이다. 요즈음은 그러한 이야기가 야외로 확장되어 아름다운 명소에서 장난처럼 희화화하는 것들로 즐거움을 생산하기에 바쁘다. 물론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재미 삼아 하는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몰입시켜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재미를 즐거움으로 생산하느라 놀이의 본질적인 속성인 ‘진지함’이 없는 것은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상업주의의 수단으로 놀이의 ‘진지함’을 상실하고 있는 놀이문화로 너무나 감염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축제도 상업주의에 놀아나는 놀이문화의 심각성이 크다. 많은 대학 축제들이 생산한 프로그램들은 상업주의적 놀이 수단화의 아류들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들이 ‘토킹 바’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점의 여대생과 사진촬영의 대가로 돈을 받아 눈살을 찌푸린다. 대학축제에 스마트 폰, 음료, 화장품 회사들이 스폰서로 참여해 홍보 부스를 여는 것도 흔하다. 심지어 주류회사가 나서 ‘캠퍼스 클럽파티’나 ‘나만의 주막 만들기’에 행사용품을 지원하고 무료시음회도 연다.

지난해 전체 국립대 축제들의 연예인 섭외비만 보더라도 연 평균 4800만원으로 전체 축제예산의 41%나 된다. 학과 별로 지원 되는 축제 지원금도 이전에는 전시, 공연 등에 많이 할애됐으나 이제는 주막과 같이 흥청망청 노는 쪽에 집중되고 있어 대학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대학가의 축제만 보더라도 우리 놀이문화의 심각성은 도가 넘었다. 대학축제 때만 되면 누구나 ‘이번 축제에는 어느 가수가 와?’를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놀이문화에 시비 걸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떤 축제든지 ‘축제 때는 항상 가수가 와야 한다’는 걸 당연시 여기는데 있다. 놀이하는 사람들은 상업주의와 재미위주의 연예인 일변도의 놀이문화가 지배하고 있는지 망각하고 소비자로 전락한 셈이다.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놀이문화

오늘날 놀이문화에는 텔레비전과 광고가 부추기는 놀이 그리고 연예인들이 하는 놀이 흉내내기가 지배한다. 하지만 그런 놀이는 남이 정해준 대로 휘둘리며 노는 문화이다. 그런 남이 정해준 대로 놀고, 휘둘리는 놀이문화는 놀아봐야 개운치 않아 자발적인 놀이의 자유를 만끽하기 어렵다. 대학의 놀이문화가 우리사회의 일상 놀이문화를 선도하기도 하고, 미래 놀이문화를 가름한다는 점에서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보다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원규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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