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농축산물 안정기금 만들자
지자체, 농축산물 안정기금 만들자
  • 양철우
  • 승인 2013.06.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원희 (밀양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농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요인은 농업시장 개방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각종 환경재앙으로 농·축산물 생산의 불확실성 증대다. 태풍과 같은 대형 재해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물을 키우는 농·축산업에 있어 환경 불확실성은 혹한·혹서·가뭄·냉해와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전염병의 창궐 등 너무도 많고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보다 추운 겨울날씨는 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의 난방비 부담을 높이고 수확량은 크게 떨어뜨린다. 더욱 뜨거워진 여름날씨는 돼지·소·닭 등의 질병을 증가시키고 사육환경을 악화시킨다. 때때로 찾아오는 냉해와 집중호우는 채소재배 농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리고 농산물은 특성상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생산은 가격의 폭락을, 조금이라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 폭등을 유발한다. 농업은 생물을 키우는 산업이라 가격이 급·등락한다고 해서 마치 제조업처럼 공급 물량을 마음대로 조절해 대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수입산 농·축산물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우리 농·축산물의 가격 변동성은 매우 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응은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입 농·축산물을 무관세로라도 들여와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고, 가격이 폭락하면 일정 수량의 수매를 통하여 가격 폭락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농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농민들은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수익을 보장받기 보다는 무관세 특혜까지 줘가며 수입한 농·축산물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 수입 농·축산물이 국내 농·축산물 수급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쏟아져 들어와 오히려 농·축산물 가격의 폭락을 조장하게 된다. 반면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생산에 타격을 입은 농민이 생산을 포기하게 되면서 다시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한마디로 죽어나는 것은 ‘조조군사’라고 농민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농민들의 영농 안정화를 위한 정책에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농산물 수입 등 인위적 개입으로 우리 농·축산물 시장에 가격 불안정성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수년간 배추, 상추 등 채소류와 현재 돼지고기 가격 하락 사태가 본보기다. 지난 2011년 구제역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정부는 뒤늦게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을 지난해 연말까지 지속하며 돼지고기 수입을 독려했다. 최근의 돼지고기 가격 하락은 사실 2012년까지 지속된 무관세 수입 돼지고기 공급확대가 주범이다.

따라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하여 제값은 받을 수 있고 안정적 영농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생명산업인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가격이 폭등할 때 가격을 내리는 데만 안간힘을 쓸 것이 아니라 가격이 폭락할 때 농·축산물에 대한 최소한의 가격을 보장하여 농가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과 WTO와 FTA 등 국제협약에 따른 농가에 대한 직접지원 제한 등을 이유로 정책적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을 정하고 그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면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으로 농민들의 최저 생산비를 보장해 주는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조례’ 제정이 그것이다. 충북 음성군이 올 1월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고 10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또 경기 여주시, 충남 논산시도 조례를 제정했고 충남 부여군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조례가 제정된다 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피해발생에 대한 보상기준을 정하는 문제, 안정적 재원확보 등 실제 운용에서 보다 많은 연구와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농민들이 가격 폭락의 걱정 없이 농사에 긍정적 희망을 낳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경남도와 각 시·군에서도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경남 농정에 새 희망을 불어넣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한원희 (밀양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