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하>
[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하>
  • 이은수
  • 승인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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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꽃 피울 가장 아름다운 터전

세계평화의 종을 순례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오래 전 동서냉전 구도가 무너졌는데도 불구하고 DMZ는 아직도 냉전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선이다. 따라서 이 전선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만인의 관심거리가 돼 왔으며, 사람들은 ‘분단이 남기고 간 뜻밖의 선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전 60주년을 맞아 지구촌의 이목이 한국에 쏠리고 있다.

‘DMZ 60주년 기념사업’은 DMZ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을 유도하고 DMZ 보전과 주변지역 개발에 위한 국제·국가 차원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제 DMZ는 전세계 어디와도 통하는 네트워크가 됐고,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DMZ의 평화적 이용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평화 이미지 구축·가치 재조명 주력

강원도와 경기도는 ‘정전 60주년, DMZ 설치 60주년’을 맞아 올해를 ‘분단의 종점, 평화의 시작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친다.

앞서 지난달 25∼26일에는 ‘DMZ 세계평화생태 탐방’이 이뤄졌다. 이는 6·25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는 접경지역에 주한외교사절과 평화생태 관계자들을 초청해 DMZ를 세계평화지역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기획된 것. 기독교 등 7대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채택하고 평화기원 기도회도 가졌다.

통일전망대 1㎞ 직전에 위치해 DMZ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DMZ박물관에서는 ‘아트 인 강원(Art in Gangwon)’과 공동으로 ‘아! DMZ 오! DMZ’ 전시회를 오는 8월 15일까지 개최하고 있어 들러볼 만하다.

평화의 댐에 있는 DMZ아카데미 전경.



◇국제평화 학술회의·추모행사

DMZ를 ‘평화의 비전’을 품은 역사·문화·생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오는 10월 접경지역에서 국내외 석학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평화 학술회의’가 열려 DMZ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한다.

7월13일에는 화천군 평화의 종 공원 일원에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 가족, 국내외 종교지도자, 6·25전쟁참전국 대사,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을 초청, 합동 위령제를 갖는다. 합동위령제는 DMZ 60주년을 맞아 전 세계 28개국 10만명의 젊은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전쟁의 아픔과 평화·생명의 고귀함을 전후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평화마을 조성사업’도 진행하며, DMZ자원 남북 공동조사, 경기ㆍ강원ㆍ인천 DMZ 보전과 활용 공동선언 등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DMZ 60주년 사업은 10년 주기 사업으로 현재 생존하는 참전군인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사로 전 세계적으로 의미있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MZ 바람직한 활용방안은

DMZ 일대는 남북을 잇는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개발의 광풍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최근들어서는 과거 ‘죽음의 땅’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어 특별한 지역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DMZ에 접한 지자체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세계평화공원’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1990년대초 ‘그린벨트 운동’이 시작돼 유럽을 동서로 갈라놓았던 철의 장막을 따라 냉전 40년간 개발과 인간의 간섭을 피해 자연화한 땅을 다시 개발하는 대신 그대로 보존하자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 결과 북유럽의 베렌트해∼남유럽 흑해와 아드리아해에 이르기까지 24개 나라를 관통하며 3200개의 자연보호구역을 만들어 평화와 생명의 녹색벨트가 완성됐다. 또,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눴던 시설물이나 장소들은 냉전시대를 증언하는 산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이미 너무 많은 개발이 이뤄져 DMZ는 그 자연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제3지대인 민통선은 독특한 DMZ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진정한 비무장지대(DMZ)를 조성한다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가장 좋은 평화의 메시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보전노력은 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생태학자들은 “통일국면에 이르게 될 때에 DMZ와 민통선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이 조각조각 나면서 모처럼 형성된 고유 생태계가 다시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53년 7월 27일생인 DMZ는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만60세 환갑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통일국면에 대비해 DMZ일대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평화의 댐.



 
함광복 DMZ소장, “DMZ는 지구촌 어디와도 통하는 네트워크”

함광복 소장.

“DMZ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학술조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DMZ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전제아래 이뤄졌습니다.” 함광복 한국DMZ연구소장(사진)의 인터뷰는 오류를 바로잡는데서부터 시작됐다.

함광복 소장은 “DMZ 신종(新種)찾기 경쟁은 일반인에게 미처 개발하지 못한 관광지로 착각하게 했다”며 “반세기동안 냉전 영향을 받은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DMZ 자연 생태계의 신비’에 열광하고 있는 일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 단체, 기관의 인기주의 생태계조사 및 ‘안보관광’, ‘생태관광’ 등의 패키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맞춤형 생태계 조사가 오히려 일반인들로 하여금 DMZ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자연은 인간의 냉전간섭에 스스로 적응하여 ‘뜻밖의 자연’을 만들었다. 이 독특한 DMZ자연은 지구에 단 하나밖에 없는 냉전자연생태공원이다. 그 공원의 이야기는 한도끝도 없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함 소장은 냉전이 낳은 철새 낙원, 오소리가 개를 문 사건, 두드러기쑥의 끝나지 않은 전쟁, 나무에서 추락한 독수리, ‘검은 고양이 네로’의 이야기 등 DMZ스토리를 이어갔다.

20세기가 남기고 간 냉전유적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먼 산을 응시하기도 했다. DMZ라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 때문이다.

그는 “DMZ는 스토리다. 6·25전쟁과 그 때 희생된 이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후 반세기 동서냉전 이데올로기의 대립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한 냉전다큐멘터리이다. 그 스토리를 지구촌 25개국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DMZ는 지구촌 어디와도 통하는 네트워크”라고 역설했다.

함 소장은 “정전 60주년을 기점으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하며 DMZ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DMZ의 무한한 자원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늦었지만 즐거운 일”이라고 반겼다.

DMZ활용방안에 대해서는, “환갑을 넘긴 DMZ는 사람으로 치면 중늙은이다. 머지않아 DMZ는 사라질 것이다. DMZ가 말끔히 제거된 어느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런지도 모른다”며 화두를 던졌다. 계속된 질문에 그간의 소회 때문인지, “고맙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DMZ를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데, 표면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한다.

한편, DMZ는 국경이 아니다’,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등의 저서를 출간한 함광복 소장은 30년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역사, 자연, 사회, 문화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하여 DMZ를 거대한 문화관광자원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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