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단감나무 가지 길들이기에 씨름
무성한 단감나무 가지 길들이기에 씨름
  • 경남일보
  • 승인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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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웃자람가지 처리
지난주부터 계속된 매실 수확은 주말을 넘기고 주초에도 계속됐다. 지난 금요일 비가 내려 매실 수확을 못했고, 토요일은 주말 택배와 일요일 공판장 경매가 없는 날이라 수확을 할 수 없었다. 이틀을 쉬고 일요일부터 다시 시작한 매실 수확작업에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주었다.

부산과 마산에 사는 친척들이 일손을 돕기 위하여 찾아와 모처럼 집안 분위기가 잔칫집처럼 들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시작한 수확작업에는 이웃집 아주머니도 자기 집 일처럼 나섰다. 날씨도 지난밤부터 하늘을 덮은 구름이 이슬이 내리는 것을 막아 새벽부터 일을 할 수 있었고, 한 낮에도 따가운 햇볕을 피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업의 진도도 빨라 오전 작업이 끝나기 전에 트럭의 짐칸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지금까지 매실 수확은 그날그날 따서 공판장으로 보내거나 직거래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로 발송할 양으로 끝냈다. 하룻밤을 넘기면 신선도가 낮아져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무더운 날이면 매실을 포장하여 택배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빛깔이 누렇게 변하거나 과육이 물러져 주문한 사람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택배회사의 실수로 오늘 발송한 매실이 다음날 배달이 안 되고 하루가 더 걸리게 되면 매실이 변질되었다고 항의가 들어와 다시 발송하는 일도 있었다. 사실 청매실의 빛깔이 약간 누렇게 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던 먼저 고객의 불만을 들어져야 내년에도 주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매실 수확을 시작하고부터 비가 자주 내려 수확이 많이 늦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요일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었다. 일요일은 택배도 보낼 수 없는 날이라 공판장으로 모든 수확물을 보낼 수밖에 없어 농협집하장차량 마감시간에 맞춰 일을 일찍 끝내야 했다. 점심을 먹고 한 두 시간 작업으로 수확작업을 끝내려 하자 일손이 아깝다며 저녁시간까지 작업을 하잔다. 난처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주인이 그만하자고 해도 도와주러 온 분들이 일을 더 해주시겠다는데 방법을 찾아야했다.

매실을 올해 전부터 재배해 온 분에게 전화로 문의하니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 며칠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마침 가까운 친척이 소유한 저온저장고 여석이 남아있어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오후에도 바람이 적당히 불어 일하기 좋은 환경이 이어져 오전보다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수확한 매실을 저온저장고에 넣고 저장온도가 섭씨 5~7도가 유지 되도록 조절했다.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매실은 이틀이 지나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출고하여 선별과 포장작업을 했다. 저온저장고에서 꺼낸 매실은 갓 수확한 것처럼 신선도는 좋았으나 매실 겉면에 결로현상이 생겨 포장작업을 하면서 애를 먹었다. 선별 작업을 할 때 습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선풍기로 바람을 붙여주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하여 발생한 일이다.

아무튼 우여곡절을 겪으며 매실수확을 마쳤다.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작업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수확하는 날에는 여러 가지로 작업여건이 좋아 큰 고생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져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매실수확을 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잦은 비에 잡초는 비닐로 덮어 두었는데도 뚫어진 구멍사이로 비집고 나와 농작물과 다투고 있었다. 농작물이 뿌리를 확고하게 내린 곳은 잡초의 세력이 약해 뽑아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으나 늦게 파종한 들깨와 참깨 밭은 반쯤은 갈아엎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될 것 같다. 이러한 작업도 비가 그치고 땅이 어느 정도 말라야 가능한 일이라 뒤로 미루어야 했다.

과일 솎기를 끝내고 손을 놓고 있었던 단감나무 도장지를 지금 처리해야 한다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냥 꺾어 없애버리면 다시 도장지가 발생하니 여린 가지를 비틀어 낮게 유인을 하거나 빈 공간으로 방향을 틀어 내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란다. 이번 달이 지나면 작업시기를 놓치게 되니 서둘러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한다.

친구전화를 받고 과수원에 올라 가보니 도장지는 무성하게 자라 벌써 숲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달 단감솎기를 마쳤지만 곳곳에 빠진 곳이 많아 같이 손을 보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급한 대로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도장지를 비틀어 낮추거나 방향을 바꾸고 솎음이 안 된 과일을 솎는 일이 생각보다 더디다. 더딘 일손보다 장맛비가 또 내린다니 그것이 더 걱정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나무
단감나무 도장지를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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