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준 (지리산고등학교 교사)
처음에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쉽고 따뜻한 글을 쓰자’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교실붕괴, 교권추락’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사랑하고 계신 여러 선생님들께 힘을 보태드리고 싶었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실망한 학부모님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었다. 또한 많은 학생들에게는 아직 너희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일과를 마치면 학교 도서관으로 가서 밤 11시까지 책을 쌓아두고 읽으며 글을 구상했다. 기숙사 학교인지라 밤늦게 혹시 이런 나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내게 ‘선생님 매우 초췌하세요’라는 말을 하곤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정성 덕택인지 경일춘추의 글을 통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의 꽃자리’라는 글을 쓰고 나의 이런 마음을 나눠보고자 예비교사 및 현직 국어교사 다음카페인 ‘참사랑 국어’에 올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쩐지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20분 만에 글을 삭제했다. 그런데 어떤 예비 교사분이 글을 보셨는지, 게시판에 그 글이 너무 좋아서 프린트해서 힘들 때마다 읽으려고 했는데 삭제돼서 아쉽다며 다시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그분 덕분에 다시 글을 올렸는데 정말 하루 사이에 수없이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정말 따뜻하고 좋은 글이라고, 이런 글을 올려줘서 감사하다고, 또 평택 효명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국어 선생님께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 선생님께서는 내 글을 올해 효명고 교지에 실을 수 없겠냐고 물어오셨다. 이 댓글들과 이메일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는 여기에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짐작하실거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경남일보에 글을 기고한 소중한 경험이 내게 남겨준 감사한 일들이 더 없이 많지만 제한된 지면상 더 적을 순 없을 것 같다.
끝으로 원고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돈은 여태껏 내가 벌었던 어떤 돈보다 더 귀중하기에, 정말 의미있게 쓰고 싶었다. 고심 끝에 우리반 ○○이의 대학 등록금에 보태주기로 했다. ○○학생에 대한 설명을 한 줄 덧붙이고 싶지만 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도 내게 똑같이 소중하기에 붙이지 않기로 한다.
언제 또 펜을 잡고 이런 뜻깊은 기회가 내게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기회를 주신 경남일보측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리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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