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安貧樂道)
안빈낙도(安貧樂道)
  • 한용
  • 승인 201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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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 기자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하고 궁색하지만 그것에 구속되지 않고 절개를 지키며 평안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안빈낙도 정신’은 동양사상의 근간이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이를 숭상해 왔으니 참으로 가당한 일이다.

그런데 가난하지도 않고 궁색할 이유도 없는 공직사회 구성원 가운데 일부가 욕심으로 치부된 나머지 ‘안빈낙도’를 포기했으니 실망이 크다. 더구나 이는 이들 스스로가 ‘선비’임을 포기한 것이어서 개탄치 않을 수 없다.

최근 경남지방경찰청은 김해시 보건소 공무원 4명을 뇌물수수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경찰은 보건소 간부공무원 등 3명은 의료기기 납품업자와 접대성 골프를 치고 리조트 숙박을 제공받았다며 기관 통보했다.

김해시는 즉각 이들에 대해 직위해제 했다.

문제는 경찰이나 자치단체가 이들에 대한 처분을 단행했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당사자들 스스로가 ‘선비’임을 포기했으니 시민사회의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행여 이 가운데 어떤 인사는 “재수가 없어서”, “당국의 수사가 편파적이어서” 또는 “일부 행위는 인정하지만 적시한 혐의는 억울하다”는 등 변명이나 항변도 더러 있을 게다. 물론 정확한 실체적 사실은 재판에서 가려질 게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이번 사태는 김해시 공직사회의 청렴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 이 사태는 ‘안빈낙도’를 숭상하고 ‘선비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공직자의 덕목을 그야말로 역행한 처사이니 선비임을 자임하는 대부분 공무원들이 허탈해 한다.

기자는 옛 선비들이 숭상했던 ‘안빈낙도’를 오늘날 공직자들이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빈낙도’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현실에 걸맞게 적정한 공직자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정도면 더 할 나위도 없다는 게 기자의 시각이다.

해서 이르는 말이다. ‘안빈낙도’의 가치를 추구하는 ‘선비정신’으로 공직사회가 무장된다면 조직 내에서 서식해 왔던 미꾸라지도 흙탕물을 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라 어느덧 민초들에게 사랑받는 귀한 어종으로 남을 것이기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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