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뒷모습
선생님의 뒷모습
  • 경남일보
  • 승인 201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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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관봉초등학교 교장)
힘들게 교단에 입문했던 많은 분들 중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분이 많다. 초등학생들도 선생님을 별반 존경하지 않게 된지 이미 오랜 듯하다. 공부를 잠시 돌봐주는 학습지 선생님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부모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때에 따라 선생님의 험담도 예사로 던지는 모양이다.

얼마 전 초등학생이 교사의 뺨까지 때린 일이 있었다. 자기 아이를 때렸다고 선생님을 무릎 꿇린 학부모도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학생 체벌금지 방침이 전해진 이후 일부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문제가 되어 신문지상에 여러 번 보도가 됐고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은 안타까워했다. 몇 불손한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다 보니 나머지 학습에 열중하고 싶은 아이들의 학습권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부 중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신의 수업진행에 방해만 하지 않으면 잠을 자거나 만화책을 읽고 있어도 괘념치 않고 모른 척하며 그날 분량의 진도만 나갈 수 있으면 다행으로 여긴단다. 예전의 학교 교실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으로 해서 과거에 비해 학교에는 선생님을 두고도 여러 일자리가 늘어났다. 행정직 공무원과 조무원(주무관)외 스쿨버스가 생기자 운전직 지방공무원이 생겼다. 학교마다 급식소를 운영하게 된 까닭에 영양사(혹은 영양교사)와 조리사가 배치되었고 또 많은 분량의 조리를 조리사 혼자에게 맡기기는 어려운 까닭에 조리종사원을 학생 수에 따라 차등을 두어 그 인원을 늘렸다, 그 외 보육교실강사, 교무실무원, 과학실무원 , 스포츠강사, 영어회화강사, 청소용역 아주머니, 방과후교실 코디네이트, 학교 안전 지킴이 등 직종을 다 외어 부르기도 힘들 만큼 많은 분들이 학교 내로 새로 진입한 덕분에 시골의 작은 학교는 아이들 수와 교직원의 숫자가 엇비슷하게 된 곳도 많다.

그런데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의 숫자보다 학생과 선생님을 돕는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담임교사들의 잡무는 별반 줄어든 것 같지도 않다. 선생님들은 전산 업무관리시스템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수많은 공문을 들고 교실로 간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아이들의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선생님 대신에 공문처리해 줄 사람을 찾지만 업무의 성격상 해당업무 담당선생님이 아니면 처리가 곤란한 까닭이다. 교장·교감은 그 많은 공문 읽어내기도 버겁다.

학교에 따라서 같이 근무하는 나이든 주무관은 선생님들 중 나이가 좀 적다 싶으면 아이들이 보거나 말거나 예사로 ‘김선생! 박선생!’ 동생 부르듯 함부로 부른다. 그러니 선생님을 보는 꼬맹이들의 눈초리가 예전과 달라질 건 뻔하다.

“입 닥쳐! 당신이 뭔 간섭이야?”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가 자기를 훈계하는 다른 반 선생님을 보고 불쑥 던진 말이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김병철 (관봉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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