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와 노블리스 오블리제
병역기피와 노블리스 오블리제
  • 정희성
  • 승인 201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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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기자
지난달 24일, 6·25에 참전한 할아버지를 인터뷰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고 계셨다. 전쟁 당시 다쳤던 다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던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온 기자를 반겼고 당시를 회고 했다. 점심때쯤 인터뷰가 끝이 났다.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가 맘에 걸렸는지 같이 간 선배기자가 점심을 할아버지와 함께 먹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국집에 전화를 해 자장면을 시켰다. 그렇게 자장면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 생활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죽음의 공포는 물론, 잘 먹지도 씻지도 못했다고…. 또 일상화 됐던 군내 폭력도 힘들었다 전했다.

그러면서 대뜸 “요즘도 그렇지만 그 때도 돈 많고 ‘빽’ 있는 사람들은 군대에 안 갔다”고 말했다. 또 ‘전쟁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할아버지는 설명했다. 쓴웃음이 나왔다. 가진 자와 그들 자녀들의 병역기피.

얼마 전 한 중앙지가 청와대 비서실, 기획재정부, 검찰청,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 17부·3처·17청·2원·5실· 6위원회에 소속된 1급 상당 고위공무원 147명의 병역기록을 분석한 기사를 썼다. 확인 결과 이들의 현역 복무율은 57%(84명)로 나타났다. 또 2년 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 중 20대로 미정인 경우를 제외한 115명 중 면제자는 총 37명으로 면제율은 32.2%에 달했다. 물론 이들 중 정당한 사유로 군대에 못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눈여겨 볼 점은 재벌가나 사회고위층들의 면제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일반들의 면제율은 감소추세란 것이다. 영국 왕실이 자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왕자들의 군 복무 때문일 것이다. 예로 찰스 왕세자의 차남이며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는 아프가니스탄 헬맨드에서 군생활을 했다. 또 포클랜드전쟁 때는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었다. 영국외에도 6·25전쟁 때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회지도층 또는 재벌로 불리는 이들이 제발 좀 배웠으면 좋겠다. 군대 안 갈 궁리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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