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 기자
그러면서 대뜸 “요즘도 그렇지만 그 때도 돈 많고 ‘빽’ 있는 사람들은 군대에 안 갔다”고 말했다. 또 ‘전쟁이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할아버지는 설명했다. 쓴웃음이 나왔다. 가진 자와 그들 자녀들의 병역기피.
얼마 전 한 중앙지가 청와대 비서실, 기획재정부, 검찰청,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 17부·3처·17청·2원·5실· 6위원회에 소속된 1급 상당 고위공무원 147명의 병역기록을 분석한 기사를 썼다. 확인 결과 이들의 현역 복무율은 57%(84명)로 나타났다. 또 2년 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 중 20대로 미정인 경우를 제외한 115명 중 면제자는 총 37명으로 면제율은 32.2%에 달했다. 물론 이들 중 정당한 사유로 군대에 못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눈여겨 볼 점은 재벌가나 사회고위층들의 면제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일반들의 면제율은 감소추세란 것이다. 영국 왕실이 자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왕자들의 군 복무 때문일 것이다. 예로 찰스 왕세자의 차남이며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는 아프가니스탄 헬맨드에서 군생활을 했다. 또 포클랜드전쟁 때는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었다. 영국외에도 6·25전쟁 때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회지도층 또는 재벌로 불리는 이들이 제발 좀 배웠으면 좋겠다. 군대 안 갈 궁리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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