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지혜
쉬어가는 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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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대통령의 방중외교가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거대국가인 중국의 최고책임자가 예의를 다해 정중히 영접하는 모습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들이 모두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함과 패션외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련의 외교전을 보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방중외교의 성과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이지만 한중관계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국내정치는 지금도 민생은 외면한 채 지루한 소모전과 정쟁으로 요즘의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제부터 시작된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샅바싸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때마침 내린 장맛비가 아니었으면 무더위에 짜증마저 더해 불쾌지수가 마구 치솟았을 것이다. 무엇이 사안의 본질이고 곁가지인지도 모르는 듯 정쟁으로만 끌고 가려는 여야의 행태에 국민들은 이미 식상해 있다.

NLL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선택이 그 해답이라는 뜻이다. 국정조사를 해봤자 지난 시절처럼 적당한 선에서 봉합해 국민들의 의혹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나오고 있다. 45일 간의 지루한 공방을 어떻게 지켜보고 무엇으로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낼까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5일 만에 열리는 류현진 등판 메이저리그 야구가 그나마 위안이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종편방송의 토크쇼가 볼거리이다. 골프를 아는 사람들은 박인비의 쾌거가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63년 만에 메이저리그 3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워 한국인의 긍지를 세계에 심어줬다. IMF시절, 박찬호와 박세리가 국민의 희망이었던 것처럼 박인비는 앞으로 당분간은 국민들의 카타르시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의 방중과 국정원과 NLL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사이 우리는 정작 잊어선 안 될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지루한 여름을 더 덥게 만들고 있는 원전관련 비리사건이다. 이 더운 날씨에도 관공서는 에어컨을 켜지 못해 무더위를 감수해야 하고 민원인들도 불편을 인내하고 있다. 어느 한수원 간부의 집에서는 띠지도 풀지 않은 5만원 신권지폐가 5억 원이나 나왔다고 한다. 요즘 은행에 5만원 신권이 품귀현상인 것도 모두 장롱 속으로 숨어 들었기 때문이라는 시중의 농담이 시류를 말해준다. 모든 국민을 덥게 만들고 생산공장마저 전력난의 위협을 받게 한 천인공노할 원전비리야말로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안전과 기초생활을 담보로 배를 채운 사람들은 북한정권이나 막말을 쏟아내는 일본 정치가들보다 나쁘다.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걸태질한 돈을 모조리 환수해야 한다.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생이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이래저래 무더운 여름이다. 이럴 때는 훌쩍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때마침 휴가의 계절이다. 벌써부터 해외여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국내여행도 괜찮다. 경기도 고양에서는 2013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전국의 300여개 체험마을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에어컨을 켤 수 없어 도시에 남아 있는 것은 고역이다. 시원한 자연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다. 특히 은퇴 후 농촌생활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은 체험마을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어촌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정중동(靜中動)의 멋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속이지 않고 걸태질을 용납하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심은 대로 거두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될 것이다.

올 여름은 무조건 더위를 감수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국정조사가 45일 간이나 펼쳐지는데다 한수원 직원들의 비리로 원자력발전소가 줄줄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쉬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여름휴가의 존재이유이다. 올 여름 휴가는 농촌체험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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