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속에 쑥쑥 자란 참죽 가치치기
장맛비 속에 쑥쑥 자란 참죽 가치치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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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참죽나무 순치기
장맛비가 오락가락 내린 한 주였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장마를 앞두고 농작물에 피해를 줄까 늘 걱정을 해왔다. 지역에 따라 하루에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지역에는 큰 피해를 남기지는 않았다.

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벼논에 물고를 살펴봐야 한다. 주변 농수로와 도랑도 둘러보고 막힌 곳은 없는지, 빗물이 쏟아지면 물길을 막아 물이 넘치지 않도록 이물질이 있으면 미리 치워야 한다. 자칫 소홀하여 물이 넘쳐 벼논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온갖 이물질과 토사까지 함께 들어와 농토를 망치기 일쑤다.

주말까지 장맛비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텃밭에 심어둔 농작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보충했다.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고 무게가 무거워지자 끈만으로 지지가 어려워 크게 자란 포기에는 따로 지지대를 세웠다. 빗물을 머금은 땅이 물러지면 쓰러져 다시 세우지 않아도 되도록 도복 방지용 끈도 높여 다시 묶어야 했다.

열리기 시작한 고추가 붉게 익기도 전에 벌레가 먹고 물러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웃에 이야기 하니 제때 농약을 뿌려야 고추는 따 먹을 수 있다며 좋은 약제라며 추천까지 한다. 바로 농약을 뿌리는 것 보다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식물탄화물을 문의해 보았다. 우리 모임 회장님께서는 살균과 살충 효과가 탁월한 유황 5%와 은행탄화물을 1000배액으로 희석하여 사용해 보란다. 비가 내리기 전에 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전착제를 섞어 서둘러 뿌렸다. 고추에는 보름 전에 새로나 온 친환경 자재를 얻어 사용해 보았으나 진딧물 방제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고추 속에 든 벌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봉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자라기도 전에 떨어져버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수분수가 없어서라며 가지접에 쓰라고 접순까지 구해 주었다. 얼마 전 접순을 전해준 친구가 지금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도장지에 가지접을 하면 된다고 자세한 방법까지 알려 준다. 서둘러 접을 하기 위하여 농자재 상을 찾아 접도를 사고 묶을 비닐 끈도 구입했다. 친구의 설명을 따라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접순을 꺼내 아직 푸른빛을 띠고 있는 도장지를 찾아 접을 시작했다. 접을 하는 것이 쉽지를 않았다. 도장지를 잘라 접순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지를 갈라 끼워 넣고 묶으면 된다고 했으나 손에 익숙하지를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작업을 마친 가지는 붉은 리본을 달아 가지를 잘라 내버리지 않도록 표시를 해 두었다.

주중에 내가 가입한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탄화기 청소를 했다. 탄화기는 말 그대로 자재를 넣어 열을 가해 탄화를 시켜 탄화물을 회수하는 기계다. 쉽게 이야기 하면 숯가마에서 목초액을 회수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가마솥 같은 데서 열을 가해 탄화물이 기화하면 냉각시켜 그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회원들과 굳은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소를 하느라 몸에는 지독한 냄새가 배었지만 고된 것만은 아니었다. 어정쩡하게 남은 일을 마무리 하느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일을 마쳤다.

농사꾼은 비오는 날이 휴일 이라는 말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옛날에도 비오는 날이면 바깥일을 할 수 없으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새끼를 꼬거나 고장 난 농기구를 수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비가 내리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보통 사람들은 비가 내리면 풀베기가 좋다며 예치기를 메고 나선다. 열이 나는 예치기를 메고 하는 작업은 비가 내려 서늘한 날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그리고 물기가 있을 때 풀을 베면 작업 효율이 더 올라가는 것 같았다.

장마철에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다 미루어 두었던 참죽나무를 낮추기로 했다. 올 봄 참죽나무 순을 따보니 나무가 높아 애를 먹었다. 사다리를 놓고 따자니 다른 나무가 방해하고 올라가서 따려니 가지가 여려 부러지기 일쑤라 위험했다. 할 수 없이 굵고 높은 가지는 톱으로 자르고 작은 가지는 휘어가며 따려니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참죽순 따는 일이 끝나면 낮게 잘라버릴 것이라도 다짐은 했건만 지금까지 미루어 왔다.

장맛비가 내렸지만 기계톱과 낫을 들고 나섰다. 우선 굵고 큰 나무는 기계톱으로 자르고 가는 가지는 낫으로 쳐서 낮추었다. 참죽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무른 편이라 낫으로 치면 잘 잘라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란 새순도 가운데를 쳐 높게 자라지 못하도록 잘랐다.

/정찬효 시민기자

참죽나무순치기
초보농사꾼이 참죽나무 순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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