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꽃에 대한 단상
<농업이야기> 꽃에 대한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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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정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필자가 지난 1월 31일자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으로 부임해 왔는데 요즘 경기 하락으로 꽃 판매가 줄어들어 화훼 생산농가와 유통상인들의 매출이 줄어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경남의 화훼 신품종개발과 고품질 저비용 생산기술을 연구하는 화훼연구소 입장에서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05년 2만590달러에서 2011년 2만3749달러로 13.5% 늘어났으나, 1인당 화훼소비량은 2005년에 2만원대에서 2011년에는 1만5000원대로 오히려 25%정도 감소되었다니 꽃 생산농가와 판매상들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국민총생산액이 늘어나 부의 가치가 증대되었으나, 미래의 경기가 불확실하여 지출을 줄이니까, 꽃을 사치품으로 생각하고, 꽃이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꽃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과연 꽃이 사치품일까? 필자가 2004년 베트남 호치민 화훼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베트남 근로자의 월 수입은 평균 7만~10만원 정도였고, 우리나라는 15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내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이동을 하였는데, 오토바이와 자전거 앞 바구니에는 꽃다발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 집으로 가면서 화훼시장에 들러 꽃을 사서 식탁과 집안을 장식한다고 한다.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정착되었던 꽃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인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부른 것이 제일이란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신체적 영양균형 못지않게 정서적인 영양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꽃은 아름다움과 생명력, 향기를 통한 시각·촉각·후각 자극효과로 정신과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나리꽃 향기가 초등학생의 시험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도 있다. 화훼연구소에서는 꽃과 함께하는 생활문화 확산을 위하여 ‘경남화훼산업발전협의회’ 운영과 미래의 소비층인 ‘초등학생 꽃 체험 활동’, ‘원예치료대학 교양과정’을 운영하여 꽃의 생활화를 촉진시키고 화훼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꽃은 사치품이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으로 삶의 질을 더욱 윤택하게 해 주고 인간이 행복할 때 느끼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줄 것이다. 부디 옛날 배고픈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 꽃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이 이루어지고, 우리나라 화훼소비액이 선진국 수준인 연간 1인당 5만~7만원 도달하여 명실상부한 문화선진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병정(2011)

이병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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