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장)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인 가족, 가정생활이 건강해야 직장을 비롯하여 다른 사회생활도 즐거울 텐데…. 하지만 요즘 우리는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잔인한 가족 사건사고를 많이 접하게 된다. 연세가 많으신 노부모를 살해하거나 재산 때문에 형제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등 이런 가정 사건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 같다.
사회가 고령화되면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는데 정작 일할 인구의 비율이 줄어든다. 가정에서는 가장 또는 부부가 일하여 얻은 소득으로 자녀와 노부모를 부양한다. 부양해야 할 가족의 숫자가 늘어나면 일을 하는 부부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고령화 사회는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부양 부담을 안긴다. 부양해야 하는 노년층이 점점 더 비대해지면 생산에 종사하는 청장년층은 그만큼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노년층 부양에 써야 하므로 나라경제는 침체를 벗어날 길이 없다. 일본이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경제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과연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UN에서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 20%이상인 경우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201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4799만명, 65세 이상 인구는 542만4000명 11.3%로 고령화사회이며 고령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며칠 전 직원과 함께 사천시 어느 어촌마을 표본가구를 방문하였다. 올해 나이가 97세인 할머니가 바지락을 까고 있었다. 사천만에서 수확해 온 바지락을 할머니는 아주 쉽게 칼로 바지락 껍데기와 알을 분리하였다. 그 모습이 신기하여 한참을 바라보다 할머니에게 ‘잘 보이시는지’ 여쭤 봤지만 귀는 많이 어두우신지 안 들린다고 손만 흔들어 주셨다.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의 현재 고령화 모습인 듯하다.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하여 열심히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건강이 최우선인 것 같다. 영화 ‘고령화가족’의 어머니처럼 자식들이 하나같이 속을 썩이지만 그런 속에서도 돌담에 핀 작은 꽃 한 송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와 너그러움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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