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시간의 법칙
일만 시간의 법칙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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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얼마 전 우리나라 대통령께서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외교를 펼치는 모습을 TV를 통하여 보면서 필자가 중국에서 겪은 부끄러운 일화가 머리에서 떠올라 소개하고자 한다.

일전에 대나무 자원 증진을 위한 한·중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중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세계 대나무 대회에 참석 한 적이 있다. 낮에는 대회장에서 세미나 등의 행사에 참석하여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식사 후 2시간 가까이 걸리는 호텔에 도착한 후 하루하루의 여정을 푸는 일정이었다. 이때 호텔에 종사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모두 예쁘고 키도 비슷비슷하며, 또한 동일한 제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나를 안내하는 아가씨를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행사를 마치는 날 저녁 9시30분에 호텔 10층 회의장에서 이 행사에 참석한 세계 각국 대표들과 파티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참석을 망설이다가 어정 어정 시간에 맞추어 회의장에 올라갔다. 회의장에서는 벌써 음악이 흘려 나오고 몇몇 국가의 대표 분들이 음악에 맞추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한편 필자는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여느 때와 같이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만 마시고 있었다. 드디어 그날의 하이라이트인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아가씨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무대에 올라와 자기 자신들의 장기인 고전 춤과 악기 및 노래를 연출하기에 호텔에 그냥 투숙객을 위하여 봉사하는 종사자로만 생각하였던 필자는 그들의 수준 높은 연출에 깜작 놀라 내 안내원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이 호텔에 종사할 수 있는 아가씨들은 반드시 1인 1기를 조건으로 뽑아요?”라고 물었을 때 안내원의 의아해 하는 모습에서 아직까지도 내 자신이 부끄러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처음엔 내가 한 질문에 대하여 어리둥절하다가 한참 후 나의 질문 의미를 이해하고 난 후에 “아니에요 우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 1인 1기를 반드시 수료하여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랐다. 이와 같은 실수가 있은 후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내 자신에 국한된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인지 그 명확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차일피일 문제 해결을 미루다가 퇴직을 앞두고 그 때의 부끄러움에서 탈출하고자 무엇인가를 배워보고자 하든 차에 기회가 있어 악기를 늦게나마 배웠다. 솔직히 눈에는 돋보기안경에, 호흡은 짧고, 손가락은 뻐근하여 잘 돌아가지 않아 가르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항상 박사도 엉터리로 악보를 보느냐”라는 핀찬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선생님 나 정도이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속도가 중간 정도는 되지요”하면서 스스로 만학의 어려움을 우리 자신들이 받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 돌려 불평을 늘어놓고 있든 차에 같이 배우고 있는 동료로부터 일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말이 있다. 오랜 시간 노력하면 어느 순간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마치 99℃와 100℃의 물이 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삶의 질을 확 바꾸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공들여야 그런 경지에 도달하는가? ‘아웃라이어’라는 책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일만 시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아웃라이어, 즉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일만 시간이란 하루 3시간씩 10년간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내, 끈기가 없는 사람은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배움을 중단해버려서 성공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아주 뛰어난 천재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성공한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비틀즈, 빌 게이츠 등 천재라고 칭송받는 그들도 사실은 젊은 시절 그 분야에 몰두하여 투자한 일만 시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만물 중에 귀한 이유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더라도 인내하며 견뎌 낸다면 반드시 밝은 햇살이 비칠 날이 있으리라 필자는 믿으며, 또다시 중국을 방문할 시에는 그 때처럼 안내원 아가씨에게 부끄러운 질문을 하였던 실수는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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