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와 프라이카우프(freikauf)
국군포로와 프라이카우프(freikauf)
  • 경남일보
  • 승인 201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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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다음달 27일이면 6·25전쟁 휴전협정 60주년이 된다. 휴전 후 60년이란 세월 속에 파묻혀 반공포로 석방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6월 8일 한국이 배제된 채 유엔군과 공산군이 포로 송환협정을 체결하자 1953년 6월 18일 반공포로 2만7389명을 미국과 협의 없이 전격 석방하였다. 이는 국군을 유엔군사령관이 작전통제하고, 휴전협정을 체결하더라도 한국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그것을 파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대사건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은 반공포로를 공산군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이데올로기적 측면과 반공통일을 향한 한국 국민의 의지, 휴전협상에서 전쟁 당사국인 한국의 주장이 전혀 참작되지 않음에 대한 국민적 분노, 반공포로들의 자유세계에 대한 열망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미국은 사태수습을 위해 1953년 7월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동의하고, 한국은 7월 14일 정전을 방해하지 않을 것에 동의함으로써 7월 27일 휴전협정은 이뤄지게 된다.

1953년 8월 5일부터 9월 6일 사이에 판문점에서 8만3000여명의 포로 교환이 이뤄졌다. 유엔군 측이 추산한 포로는 국군 8만8000여명과 미군 1만1500여명 등 총 10만여명이었으나 공산군 측은 국군포로를 대폭 줄여 발표하고는 더 이상 국군포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인민군은 7만6000명이나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국군은 8726명만이 귀환함으로써 오늘날 국군포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국군포로는 1994년 조창호 소위가 탈북해 입국한 사건을 계기로 그 규모에 대해 알려지게 되었다. 국방부는 6·25전쟁 중 실종된 국군을 4만1971명으로 포로교환을 통해 8726명이 귀환하고, 1만3836명이 사망했으며 1만9409명이 실종되었다고 알고 있다. 조창호 이래 여든 명이 탈북해 돌아왔고 약 500여명이 아직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균 80세를 넘어서고 있어 국군 포로문제는 길어야 10년밖에 남지 않은 절박한 상황이다.

프라이카우프(freikauf)는 과거 서독이 동독에 있는 반체제 인사와 정치범 등을 데려오기 위해 ‘자유를 산다’는 의미다. 서독은 1963년부터 통일 직전까지 3만3755명을 송환한 대가로 동독에 34억 6400만 마르크, 당시 환율로 한 사람당 5300만원에 해당하는 현물을 건넸다. 이 방식을 남·북한에 적용하기란 여건이 만만치 않다. 북한은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남한 내에서도 전시 납북자·전후 피랍된 사람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국론분열을 가져 올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고 또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사안이니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가가 ‘군인에게 최전선에 나가 싸우라고 명령하는 것이 권리라면, 이들이 포로가 됐을 때 데리고 오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도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국가의 본질을 생각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가 얼마나 신성한지를 보여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라이카우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하고, 핵을 포기해야 하며, 체결된 조약은 지켜져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난관이 많을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을 배제시킨 상태에서 포로교환을 체결하고 휴전협정을 조인하려 하자 최후의 일격으로 반공포로를 석방시킴으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냈다. 동독이 그랬듯이 북한도 체제상 갑자기 무너져 남북통일이 성큼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통해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에게는 식량을 지원해 주고, 그 대신 아직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 약 500여명을 송환한다면 어떨까.

국가의 힘은 국민의 애국심에 비례한다. 또한 애국심은 국가가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느냐에 달려있다. 1976년 이스라엘의 ‘엔테베작전’은 전 세계에 국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자국민 구출작전이었고, 미국은 얼마 전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유나 리와 로라 링’의 석방에서 보듯이 자국민 보호는 세계 최강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끝나가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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