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핑크빛’…드라마 속 사랑은 ‘흐림’
연예계는 ‘핑크빛’…드라마 속 사랑은 ‘흐림’
  • 연합뉴스
  • 승인 2013.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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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로맨스 축소·제거되는 경향”
연일 스타들의 열애와 결혼 소식이 잇따르는 올해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는 드라마 속 ‘사랑’은 이와 대조적으로 그다지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과거 드라마를 끌고가는 핵심 주제가 사랑이었다면, 이제는 사랑이 드라마에서 부차적 요소로 전락하거나 혹은 아예 사라지고 있다.

간혹 ‘로맨스’가 등장하는 경우에도 기존에는 연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외부 장애가 가로막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사랑 자체가 다른 요소와 복잡하게 얽힌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드라마가 로맨스를 다루는 방식 자체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



◇ 제거·축소된 드라마 ‘로맨스’ =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주인공인 교사 마여진(고현정 분)은 극중에서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그려진다.

마여진이 학교를 배경으로 했던 과거 다른 드라마에서처럼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를 외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드라마를 채우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마여진과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사이의 갈등과 소통, 성장이다.

고현정은 최근 열린 드라마 기자간담회에서 “보근(오동구 역)이와 멜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동구가 마여진을 엄마로 느끼게 되면 드라마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전했다.

최근 시작한 SBS 월화극 ‘황금의 제국’은 한국 경제의 격동기에 재벌가에서 빚어지는 권력 다툼을 그린다.

정통 서스펜스 수사물이였던 ‘추적자’ 제작진의 작품인데다가 고수와 손현주의 대립이 핵심적인 갈등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로맨스는 부차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직장의 신’이나 ‘천명’에서도 남녀의 사랑은 여성의 사회적 성공이나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로 쓰였다.

또 MBC ‘남자가 사랑할 때’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처럼 제목에 ‘사랑’이 들어가는 드라마에서조차 로맨스는 소유욕, 정치적 욕망 등과 뒤섞여 미묘한 감정선을 보였다.

최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마찬가지다. 로맨스가 분명 한 축을 차지하지만, 드라마의 중요한 고비고비를 이루는 것은 오히려 스릴러와 판타지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최근 방송가에는 예전처럼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으로는 욕구가 다양해진 시청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드라마 제작 경향의 변화 = 이같은 변화는 올해 방송된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드라마는 판타지보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여왕의 교실’이나 ‘직장의 신’의 등장인물은 실제 학생이나 직장인이 현실에서 겪는 아픔을 겪고, 그 아픔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다.

또 장르적으로도 ‘구가의 서’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로맨스, 판타지, 추리, 스릴러 등 다양한 요소가 섞인 드라마가 잇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내용적 측면에서 현실의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장르적으로도 여러 요소가 섞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로맨스가 부차적인 요소가 되거나, 등장인물의 ‘사랑’의 감정이 복잡하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인물의 감정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판타지’보다는 ‘현실’이 드라마의 출발선이 되는 경향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이 여전히 중요한 코드로 쓰이는 경우에도 과거에는 로맨스가 전면에 나섰다면 이제는 ‘더블 플롯’ 구도에서 사랑이 부차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사랑’이 부차적인 요소가 되면서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주도적으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드라마에서 여배우 ‘원톱’ 드라마가 늘어나는 경향과도 관계가 있다.

김 평론가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많았던 과거에는 남자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여배우를 고려했지만, 이제는 현실에서 출발하다보니 여성들 스스로에게 매력일 수 있는 여성 롤모델이 등장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여왕의 교실2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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