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눈맞춤 하는 '파브르 아저씨'
아이들과 눈맞춤 하는 '파브르 아저씨'
  • 임명진
  • 승인 2013.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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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블루오션 곤충산업] 6. 정재균 양산파브르 체험학교 대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들고 있는 정재균 대표.

“간혹 저를 알아보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양산시 명곡로에서 양산파브르 체험학교를 운영하는 정재균(49)대표의 별명은 ‘파브르 아저씨’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그를 알아보는 아이들도 제법 생겨나고 있단다.

“사실 엄마들은 곤충을 싫어하는데 애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게 다 교육의 효과인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곤충을 만지는 것도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정 대표는 양산에서 열리는 주요 축제에 연중 참여하면서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쉽게 보기 힘든 다양한 곤충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가 운영하는 체험학교도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합천이 고향인 그는 토목일을 했다. 곤충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그였다.

“순전히 미래 전망때문이었죠. 제 느낌에도 곤충산업이 뭔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냥 곤충만 키우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었던 겁니다”

그게 5년 전의 일이다. 굼벵이 사육에 나섰지만 판로개척도 힘들었고 노하우도 쌓는데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들어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던 차에 마침 체험장을 운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열심히 곤충만 사육하고 있는 제가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평소 아시는 분에 이런 건 별로 없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하시더라고요. 호기심에 한번 체험지도사 교육을 받다 보니 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게 계기가 되서 아예 체험 위주로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금의 부지로 옮겨왔다. 그전까지만 해도 우범지대나 다름 없던 이곳이 체험학교로 변모하면서 한결 달라졌다.

곤충체험 뿐만 아니라 수제 소시지, 숲 체험, 천연 염색 등의 다양한 체험코너를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만 4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곤충의 생태는 물론 곤충의 구조와 생김새, 곤충을 기르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으니 매년 방문객이 늘고 있다. 파브르 체험학교는 정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체험지도사와 관리직원 등 8명이 아이들의 체험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여기까지 오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면서 “궁극적으로 차별성 있는 전문체험 학교로 성장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곤충체험관은 다양한 곤충들의 모형물이 전시돼 있다.
차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곤충을 선별해 전문적으로 사육해 나가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의 곤충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 또한 굼벵이 사육에 뛰어들어 초기 3년간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10만 수 정도의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육하고 있지만 곤충사육 그 자체만 보면 여전히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 경험담에 비추어 보면 누가 와서 곤충으로 귀농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진짜 심사숙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남들 말 듣고 돈이 된다고 해서 덥썩 직장 그만두고 하우스를 짓고 곤충사육에 뛰어들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등의 장미빛 전망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뭔가 좀 사람들을 부추기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의 곤충시장을 놓고 보면 곤충 사육만으로는 시장 판로도 없고 또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너무 어렵거든요. 사가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제가 사육을 잘 못해 폐사하는 바람에 다른 농가서 굼벵이를 사와야 하는 상황도 오더라구요. 개인이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거죠”

현재의 곤충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곤충의 식용이나 약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변이 아름드리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양산파브르 체험학교. 한 여름에도 파리나 모기를 쫓기 위해 약을 치는 법이 없는 이 곳에 귀농 5년 차 정재균씨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양산파브르 체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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