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품앗이문화
협동조합과 품앗이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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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지난 2012년은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로서 우리나라에서도 12월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후 2013년 5월말까지 기준인가를 받은 협동조합은 전국에 1210개에 달해 하루 평균 6개가 설립되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대 등이 쓴 ‘협동조합, 참 좋다’에는 오렌지 주스로 유명한 미국의 선키스트, 스위스 최대 유통업체 미그로, 세계 최대 유제품 업체인 뉴질랜드 폰테라 등과 협동조합의 성지 이탈리아 볼로냐의 사례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에 비하면 한국의 협동조합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로치데일조합이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로서 자본주의의 성립·발달과정에서 발생한 빈부의 격차·실업·저임금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기업 내부에서 노동조합(Trade Union)이 활성화됐다면 기업 외부에서는 협동조합(Cooperatives)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일제시대 관제조합인 금융조합이나 산업조합이 있었지만 자발적 조합은 1920년대 중반 전개된 조선물산장려운동·소작쟁의 등과 함께 일어난 민간 협동조합운동이 최초의 진정한 협동조합운동이다. 광복 이후에는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생협, 산림조합 등이 개별 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됐지만 국가정책 수행의 보완적인 기능으로 활용돼온 측면이 강하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마찬가지로 협동조합 역시 장단점을 갖고 있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기반해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지만 협동작업에 따른 불화와 기존 기업에 비해 경쟁력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생력을 갖춘 착하고 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전문 경영능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비록 서구에서 기원한 것이지만 우리의 전통적 협동조직인 계와 향약을 바탕으로 한 품앗이문화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계의 규약은 계원의 상호부조·친목·통합·공동이익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향약의 규약은 어려운 일은 서로 도와주고 좋은 일은 권유하는데 있다. 이러한 계와 향약의 규약은 협동조합의 7대원칙인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과도 닿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영업 대란,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투,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방적 횡포, 불안한 신분과 낮은 처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기본적으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상시 구조조정을 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1인 1표 의결권을 통해 이윤추구보다 조합원 전체의 고용과 복지에 더 많은 집중을 할 수 있으므로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통한 상생과 일자리창출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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