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토세팔루스의 변태
렙토세팔루스의 변태
  • 최창민
  • 승인 201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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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경제문화체육부장)
옛날 시골의 계곡에는 어디에서나 민물장어를 잡을 수 있었다. 장어 잡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천연독성을 가진 제피나무껍질을 벗겨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여름에 이용했다. 계곡 상류에서 제피나무를 돌멩이로 ‘콩∼콩’ 찧고 물을 끼얹으면 채 10여분이 지나지 않아 장어가 물 밖으로 튀어 나온다. 이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맨손으로 장어를 잡았다. 잡지못한 장어는 자연적으로 독성이 분해돼 살아 돌아갔다.

▶시골에서 장어보기는 하늘에 별 따기. 촘촘히 건설된 농업용 댐이 이들의 이동을 막았고 강 하류에선 치어를 무분별하게 잡았으며 지구온난화로 장어산란도 줄었다. 악순환은 장어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산란과정은 현대과학으로도 풀수 없는 신비한 영역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민물에서 자란 성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이동하는데 먼 바다 심해 필리핀 해구까지 가 산란한다. 유생은 3㎜짜리 렙토세팔루스. 알도 치어도 아닌 지푸라기에 불과한데 헤엄을 못쳐 수 십일에 걸쳐 조류에 떠밀려 한반도 남해나 서해에 당도한다. 해안에서 비로소 4∼5cm의 치어형태를 갖추게 되고 그때부터 헤엄을 쳐 섬진강 낙동강을 따라 모천으로 향한다. 우리가 먹는 장어는 치어를 잡아 양식한 것이고 자연산은 섬진강이나 풍천 등 제한된 지역에서만 극소량 잡힌다.

▶지난해 세계 두 번째로 장어 인공종묘 양식에 성공한 국립수산과학원은 얼마 전 종묘의 사육기간을 단축하는데도 성공했다. 수정란에서 부화한 유생 렙토세팔루스를 어린 민물장어로 변태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전인미답의 쾌거다. 이는 10조원이 넘는 장어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골 어느 계곡에서나 민물장어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메말라가는 아이들의 정서에 새로운 추억을 하나 더 보태는 것이 될 것이다.

최창민·경제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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