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종일 오지 않는다
소나기는 종일 오지 않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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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노자의 도덕경에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이라는 말이 있다.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하루종일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취우(驟雨)는 수만 마리의 말이 대지를 거침없이 달릴 때의 모습이 떠올려진다는 의미에서 붙인 말이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한 핵실험으로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빗대어 이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남북관계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중단되었던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의 입주자 모집을 재개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무엇이 회오리바람이고 소나기인가. 북핵과 관련된 문제가 고작 회오리바람이나 소나기로 보이는가’며 장관의 대북인식을 비난했다. 그리고 도덕경에 나오는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이란 구절을 인용하여 되받아쳤다. 이 말은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는 법, 중심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북핵문제의 최우선 당사자중 한사람으로서 말을 줄이고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위해 중심을 잘 잡으라는 충고였다.

▶그동안 대통령이 두 번 바뀌었지만 북핵을 둘러싼 남북갈등은 여전히 제자리고, 개성공단은 그때마다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한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초보적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언제 또다시 회오리바람이 불고 거센 소낙비가 내릴지 모른다. 회오리바람이 아침 내내 불지 않고, 거센 소낙비가 하루종일 내리지 않더라도 자주 오면 피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또다시 공단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서둘지 말고 이번 만큼은 근본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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