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회의원의 공천권이다
문제는 국회의원의 공천권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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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3년 전이었다. 지역신문 사설에서는 시의원들이 지역구민보다 국회의원과 정당에 충성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누리꾼들은 신문사 홈페이지에 댓글을 남겼는데 시의원이 정당의 하수인이냐, 국회의원의 똘마니냐 등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창피한 문구들이 등장하였을까. 주범은 정당공천제이며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공천권이다.

이 제도가 발생시키고 있는 나쁜 사례는 전국적으로 대단히 다양하다. 평소에는 누구보다도 지역구민을 더 생각하고 자기 동네를 위하여 용감한 시의원도 공천권 앞에서는 무한히 작아진다. 특히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 행사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라든가 지역의 중요현안에 대해서는 개인의 의견을 우선시할 수 없게 된다.

우선 가까운 경남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살펴보면 2010년 7월, 제6대 기초의회가 처음으로 개원하여 의장단을 구성할 때였다. 양산시의회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원 간에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임시회기를 연장하는 등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사천시의회는 개원 첫날,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의장만 선출하고 부의장 선출을 보류하는 등 원구성 과정에 마찰을 빚었다. 모 정당에서는 창원과 통영의 자당 소속 시의원을 제명하였고 산청군의회의 자당소속 군의원에게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배후에서 국회의원이 기초의회 운영까지 관여하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시·군의회 원구성에 자기 사람(?)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는 차기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원구성 과정에서 자기사람들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미리 교통정리하는 것이 건강한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역할인 것이다. 창원에서 1명, 통영에서 2명이 제명당하였다. 제명당한 시의원은 “제명은 지방의원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권의 줄세우기”라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주장하였다. 말로만 듣던 줄세우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당사자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행정통합이 이루어진 창원의 경우, 더더욱 사전에 균형 있는 기준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의회의 원구성을 앞두고 교통정리를 잘하기 위해서 “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이 모여 의장은 마산시, 부의장은 진해시, 상임위원장 6명 중 4명은 창원시, 2명은 마산시가 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합의를 무시하였던 것이다. 그 정당에서는 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의 단일후보 출마당론을 무시하고 출마하였기 때문에 ‘해당행위’를 이유로 제명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나쁜 사례는 원구성만이 아니다. 마창진 행정통합을 시의회가 결정할 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관여하였다. 투표하기 하루 전날 마무리 차원에서 시의원 개개인에게 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표가 없게 하기 위해서 투표는 기립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누가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반대되는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가 국회의원의 부인에게 뇌물을 갖다주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공천권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최근에 열린 정당공천제에 관한 토론회에서 어느 분은 지금 시점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라면’에 해당되고, 문제가 있어도 조금 더 시행하는 것이 ‘맛있는 곰탕’이라고 주장하였다. 실제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탁상공론이다.

또 다른 발표자는 기초의회의 일당독점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심각한 두 가지 문제를 연관시킴으로써 마치 정당공천제가 싹쓸이를 해결해 줄 것 같은 오해를 갖게 하였다. 여성의원에 관한 부분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현재와 같은 정당공천제를 존속시켜서는 안된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나서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공천권을 반납하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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